[한국 소설의 이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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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보 씨에게도 벗이 있어 벗을 만나는 일이 그에게는 커다란 행복이다. 아무도 만나줄 사람이 없던 찰나에 만나줄 누군가 한 명이 생겼을 경우, 심심함을 달래주고 나의 의견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러나 친구를 만나도 외로움은 외로움일 뿐. 곳곳에서 보이는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은 나에게 벗이 아닌, 사랑을 찾게 만든다. 구보 씨의 첫사랑처럼 누구나 한 번쯤 가슴앓이를 하며 헤어진 연인을 마음 속에 담고 있으리라. 연인의 모습을, 다정하던 옛날의 추억을 그리고 헤어지던 날의 눈물과 더욱 쓰게만 느껴졌던 그 날의 소주 한 잔의 맛을 추억한다. 그리고는 되뇌인다. '그 땐 미처 몰랐었지...'
자정이 지나가고 또다시 날이 바뀌고 집으로 향하는 그 길.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나의 가족과 포근한 잠자리를 생각한다. 그리곤 또다시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잘 해야지.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한 쪽으로 스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하는 묘한 기분.
아침이 돌아오고 자정 즈음에 여느 때처럼 나는 일어난다. 옷을 차려입고 대문을 나서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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