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과사회] 순례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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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는 도둑을 죽인 것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법정이 그녀의 본능적인 공포를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강간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법정에서 인정받을 만큼 사실로서 받아드려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여성의 성을 얼마나 강제하고 정조의 상실이나 훼손이 여성에게 얼마만큼의 피해를 주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에게 강간은 본능에 가까운 공포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은 여성이면 누구나 도둑이나 강도가 들어왔을 경우 강간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혜자의 살인 동기는 “자신의 거의 발가벗은 몸”이었던 것이다. 이는 여성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혜자의 돌연한 삶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이 아무리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여성이 가정 안에 속해 있을 때만 주어지는 행복이며, 여성이 정도에 관해 의혹을 받게 되면 그 행복은 송두리째 빼앗길 수도 있다. 작가는 혜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정조와 성 규범의 부조리함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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