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평론] 이윤학 시인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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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시인은 무덤에서 태어난 아이 같다. 묘지지기의 아들로 태어나 가업을 물려받은 노인 같다. 왠지 모를 음울함, 어두움, 폐허, 뻘 같은 현실이 그의 시 세계를 휘감아 돌고 있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일상이 죽음인 무덤 가에서 새로운 시체를 안치하고 정원을 가꾸듯 묘지를 꾸민다. 농부가 모를 심듯 어부가 그물을 끌어올리듯, 그의 시는 죽음의 노동요이다. 항상 죽음을 보고, 죽음 속의 발버둥을 보고, 미래의 죽음을 포착한다. 결코 그 안에 삶의 희망은 없다. 단지 강렬한 죽음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행복한 삶이나 존귀한 생명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이러한 수식은 다소 수정되어야 한다. 앞선 세 권의 시집이 죽음의 극한을 다루는 것임에 반해 근작 시집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전편을 중심으로 무엇이 그토록 그의 시를 어둡게 했는지 알아보겠다.

이윤학 시인의 첫 시집의 소재적 특성은 대상의 미시화이다. 작은 짐승이나 벌레가 많이 등장한다. 미물의 삶을 그리면서 그늘 속 존재의 가벼움을 예시하며, 인간의 꿈도 하찮은 것으로 끌어내린다. 제비, 개구리, 달팽이, 구더기, 파리, 잠자리, 염소, 생선, 바퀴벌레, 노가리, 망둥어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일시적인 대상이나 하찮은 주변에 머물지 않고 당당히 시상의 중심에 위치한다. 인간보다 못한 짐승이나 벌레에서 죽음은 보다 적나라해진다. 게다가 동물적 상징을 매개로 시적 자아는 죽음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마치 너무나 달아서 쓴맛이 느끼는 맛의 착각인지도 모르겠으나, 어둠을 넘어서는 모종의 암시를 보이기도 한다. 죽음이 암울하지만은 않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참고 자료

횽용희(1998).『꽃과 어둠의 산조』 <문학과 지성사>
시 집 - 이윤학(1992).『먼지의 집』 <문학과 지성사>
이윤학(1995).『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문학과 지성사>
이윤학( ?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 >
이윤학(2000).『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문학과 지성사>
수필집 - 이윤학(2002).『푸른 자전거』(수필집) < 웅 진 닷 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