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김기덕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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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매맞는 여인 선화, 빈 집만 돌아다니며 기거하는 재희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에서 부수적으로 사용되는 모티프는 가족 해체이다. 빈 집을 돌아다니는 모든 곳은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에서 벗어나 핵가족을 이루고 있고 심지어 독거 노인도 등장한다. 비약일지도 모르나 핵가족이라는 구성은 어떠한 불안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가족 해체를 통해 상처받은 인물 재희(그가 왜 혼자 떠돌이 생활을 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와 선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들이 돌아다니는 빈 집 또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빈 집이라기 보다는 주인공 선화가 간직한 빈 곳처럼 무언가가 결험되어 있는 공간인 것이다.

빈 집 안에서 기거하는 동안 재희는 그 집안에 있는 가족 사진 옆에 서서 사진을 촬영한다. 그들의 집에 잠시 기거함으로써 일시적인 가족의 구성원이 된 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물론 다음 집으로 넘어가면 그것은 사진 한 장으로 남겨지는 것이지만. 그리고 그는 고장난 것들-시계, 체중계, 오디오, 장남감 권총 등을 고쳐준다. 또한 더러운 빨래를 빨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집 주인이 돌아왔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그렇게 고쳐 놓은 물건들이나 깨끗해진 빨래가 아니다. 그저 빈 집에 들어와 있는 타인일 뿐이다.

우리는 때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외면하고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바로 이러한 편견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유령 연습을 하는 재희를 등장시켜 돌발적 상황에서 사람들이 웃으면 웃을수록 결말부에 가서 파장은 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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