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카프카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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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혼돈에 의한 혼돈 그 자체인 카프카의 작품인「심판」은 매우 의미 파악이 어렵고 난해한 작품이다. 뜻 모를 질문들과 어이없음이 산재하는 그곳에서 카프카의 의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심판」안에서 어떤 상징들을 끼워 맞추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자체가 나에겐 더 큰 혼돈을 몰고 오는 아이러니가 되었고 그것은「심판」을 보는 시점에 대해 또는 카프카라는 작가에 대해서 좀더 다른 시각을 보게끔 하였다. 특히 상황 설정이나 사건의 전개가 실제적이지 못하여 독자로 하여금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 그러나 카프카는 요셉 K의 내면성을 대화와 행동을 통하여 밖으로 표출시키고 있다. 특히 의식의 흐름을 외적인 사건으로 또는 다른 인물과의 갈등을 야기시킴으로써 잘 묘사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는 고유한 존재를 지향하는 순수적 자아와 소속을 지향하는 사회적 존재의 갈등을 다루는 카프카의 문학적 명제를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법을 필요로 하면서 그 법 때문에 파멸하는 법률 앞에서의 시골사람과 같이 요셉 K는 소송으로 뒤덮인 세계 속에서 살고자 하면서 동시에 그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고 그 세계에 의해 처형된다. 다시 말해 그는 이 세계와 더불어 생존하거나 이 세계를 떠나서 생존할 수 없는 것이다. 요셉 K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악화된 상황, 즉 막강한 힘에 대하여 그 힘을 극복하려는 의식과 그만 그 힘에 굴욕하고 말려는 의지의 대립된 양상을 갖게 되면서 자기 자신 내에서 자아 분열을 작품이 끝날 때까지 일으키며 그 모순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다. 결국 요셉 K는 작가가 설정해 놓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마는데 이는 작가의 의도적인 비극성을 보여준다. 이와 비슷한 작가로서“이상”이 떠오르는데 주어진 상황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벽에 부딪혀서 방황하며 자아 분열을 일으키는 주인공의 설정이「날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자아분열과 반동적 인물들이 이끌어 가는 상황의 벽과의 끊임없는 투쟁의 연속이「심판」의 주요한 구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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