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철학] 현대인의 동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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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번 같이 살아보자. 둘이 성격이 안 맞는다면 결혼하지 말고 친구로 남는 거야." 한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이다. 이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남자 주인공은 결혼 전에 여자와의 동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방영되었던 ‘옥탑방 고양이’ 에서도 남녀간의 동거를 소재로 다루었다. 이처럼 모든 국민들에게 방영되는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에서 '동거'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남녀 동거를 소재로 다룬 '와니와 준하', 그리고 직접적인 소재는 아니었지만 긍정적인 동거의 모습을 보여준 ‘싱글즈’가 개봉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혼전동거가 많은 사람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죽하면 동거계약서라는 것이 생겨났을까.
유럽 등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결혼의 대안으로 동거는 자리 잡고 있지만 혈통에 대한 강한 집착과 제도권 안의 결혼이 가지는 강력한 통제력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동거에 대한 실험을 감행하려면 보통의지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남녀간의 동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대학교에 와서 동거를 하고 있는 내 친구들 또는 선배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이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몇몇은 비난하기도 했고, 몇몇은 오히려 부러워하는 경우도 보았다. 나의 경우는 후자 쪽에 더 가깝다.

남녀가 동거하는 경우 사랑과 섹스가 있는 관계인가, 없는 관계인가에 따라 동거의 양상은 달라지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사랑과 섹스가 있는 동거이다. 대개 사랑과 섹스가 있는 경우는 결혼 전 탐색일 수도 있고, 암암리에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여러 과정 중에 결혼이라는 상황을 떠올려보기는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어떤 의미에서든 동거는 무척 독립적이다. 누군가는 동거는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문화라고 하지만 사실 동거라고 해서 만남과 헤어짐의 결정이 개인적으로 더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도 안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은 좀 줄겠지만)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굳이 어려워야 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어렵고 번거로워서 선택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건 정작 사람의 행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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