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희곡] 에쿠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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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런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신봉했던 신을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 파괴한다. 이것은 인간의 원죄에 대한 은유인 동시에 섹스의 문제가 대두된다. 섹스는 종교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생성과 순환의 과정 속에서 인간에 대한 숙제로 남아왔다. 그리고 종교가 신성시 되었다면 섹스는 그 반대에 서 있었다. 분명 섹스가 인류를 존속시키는 수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섹스를 주류의 담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되도록 은닉하고자 했다. 알런은 자신이 말 앞에서 섹스 행위를 하고자 했다는 것에 극도의 죄책감을 느낀다. 절대적인 신의 존재 앞에서 신성하지 못한 행위를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서 어떻게 보면 알런도 기독교적인 관점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짐작하기도 한다. 비록 그에게 있어서 신의 모습은 일반적인 형태를 벗어나 있지만, 신과 접촉하고 숭배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방법론을 탈피하고 있지는 못했던 것이다. 신 앞에서의 섹스 혹은 욕망이 표출이 죄악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연적인 본능과 욕망을 제약하고자 했던 기존 사회의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신의 모습을 거부했던 알런 조차도 결국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신적 해방을 주었던 말 앞에서, 육체적인 쾌락을 시도했다는 혼란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알런을 원조로 몰아넣는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이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서구 주류 문화의 역사적 사상적 배경이 그대로 보여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담을 유혹하여 신에 계시를 어기게 만드는 이브의 모습이 <에쿠우스> 속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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