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하얀가면의 제국을 읽고

목차

없음

본문내용

서평을 쓰기 앞서 솔직히 밝히자면 여러 매체를 통해 '박노자'가 사회의 한구석에서 치열하게 인문학적 성찰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란 것은 알면서 그의 책을 접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솔직히 대학생으로서 창피한 일이지만 늦게나마 <하얀 가면의 제국>이란 책을 통해 그의 사상에 한발자국 다가선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박노자가 가지고 있는 사상을 알기 위해선 <하얀가면의 제국> 이 책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박노자가 쓴 <나를 배반한 역사>,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의 책을 참고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이 책의 맥락을 대충 훑어본다면 박노자는 이 책을 3부로 나누어서 각기 다른 제국의 가면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1부-하얀 나라를 아십니까?'를 통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서구의 이미지를 말하고 있고 '2부-제국의 가면'에서는 자유와 인권의 수호라는 포장아래 감춰진 서구세계의 진면목을 고발하고 있다. 마지막 '3부-하얀 가면을 벗자'에서는 서구의 압도적인 힘에 저항하면서 다른 측면으로는 이들을 닮아 가는 우리의 현실, 동양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우리가 이 책을 볼 때 여러 매체를 통해 그의 글을 자주 접한 관계로 이 책이 이전의 책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말하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박노자가 단순히 오리엔탈리즘적인 입장에만 입각해서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 박노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은 1부에서 러시아의 도스토예프스키의 숨겨진 일화를 드러내면서 우리가 오해하고, 그들이 오해하고 있는 한국과 러시아의 이미지를 말하는 점이다. 그리고 2부에서 학살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다른 학살에는 무관심하고, 자신들이 또 하나의 학살 주체로 나서게 되는 유태인들의 모습을 그릴 때이다. 3부는 우리 사회를 포함한 동양의 환상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날카롭고 비판적인 대목은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단상이다. 그는 한국사회에 공공연한 비밀인 이념보다 앞서는 학연의 비밀을 들춰내었다. 특히 나는 장막을 거두어 올린 박노자의 손길에 의해 서울대 출신인 진보적 지식인이 어떻게 철새가 되고, 어떻게 수구 보수 정당의 중요정치인이 되어 가는지 그 은밀한 내막을 볼 수 있었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