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제69회 정기공연 『라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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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년 전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라보엠’을 관람한 적이 있다. 처음으로 오페라를 경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여 부담스러웠지만 제일 좋은 좌석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좌석만 좋았을 뿐 오페라를 보는 내내 ‘졸리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라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초등음악실기’시간에 과제를 받고서는 좀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페라 감상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라보엠의 줄거리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조사하였고 그 후에 라보엠을 감상하였다. 그리고 나서 라보엠을 보았을 때는 줄거리를 아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지루한 맛이 있었다. 하지만 오페라를 즐기기 위해선 먼저 오페라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줄거리뿐만 아니라, 주요 아리아를 듣고 멜로디를 알고 뜻을 알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라보엠을 들었을 때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지루하기만 하던 오페라가 조금씩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면 ‘이건 어디서 들었던 걸까?’하고 생각하게 되고 처음과 두 번째 오페라를 비교해 보기도 했다. 참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발전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달라지면 똑같은 곡인데도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라보엠의 1막에서는 화가인 마르첼로와 시인인 루돌포는 추운 다락방에서 각자의 작업을 위해 애를 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잠시 후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음악가인 쇼나르가 벌어온 돈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카페 모무스에 가는데 루돌포는 하던 작업을 마저 하기 위해 남게 된다. 이때 미미가 불이 꺼졌다면서 루돌포에게 도움을 청하고 기절하면서 열쇠를 떨어트린다. 곧 깨어난 미미는 불을 얻어 돌아가는데 열쇠가 없음을 알고 돌아온다. 이때 루돌포는 일부러 불을 끄고 함께 열쇠를 찾는데 루돌포가 열쇠를 찾고도 못 찾은 척 하는 장면이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미미의 손을 잡으며 부르는 아리아인 ‘그대의 찬손(che gelida manina)’과 ‘내 이름은 미미(mi chiamano mimi)’는 오페라 초반부터 관중을 흡입하기 시작하였다. 이 노래들은 사랑을 시작할 때의 기분을 그대로 노래에 담아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둘이 함께 부르는 ‘내 사랑스런 아가씨(O soave fanciulla)’는 멜로디가 참 아름다웠다. 각자의 다른 음색과 개성있는 목소리가 이루는 하모니는 가난한 가운데에서도 피어난 그들의 사랑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게 해 주었고 그 어떤 악기보다도 사람의 목소리만큼 아름답고 황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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