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락서산 공산토월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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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에 고향을 찾아가서 느끼는 감정들. '예전에 이곳에는 왕소나무가 있었는데..',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지?' 하고 생각하지만 이미 세월은 지나가고 옛 모습들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묘를 찾아갔다가 할아버지의 환영을 보면서 나에게 있어 할아버지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깨닫습니다. '어렸을 때는 글도 가르쳐주시고 감춰둔 엿을 먹으려고 재롱도 떨었는데..' 하면서 이런 저런 추억들을 회상해봅니다. 글이 길고 군데군데 한문으로 쓰여진 말들이 있어 약간 해석하기 곤란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주된 내용은 작가가 고향을 찾아보면서,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고향을 보고 느끼는 상실감과 그에 비례해서 깊어져가는 할아버지의 추억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1월에 시험이 끝나자마자 할아버님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 잠시 시골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거의 7년 만이라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들어가면서 예전에 작은 언덕과 비닐하우스가 있던 곳, 논에서 개구리를 잡던 곳이 모두 이제는 밭으로 변해있는 것을 보며 '벌써 이렇게 변해버렸구나. 내 추억 속 시간은 그대로인데 이곳은 점점 변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집 뒤편의 대나무밭과 언덕에 있던 갈대밭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그 대나무를 잘라다가 할아버지의 관틀을 만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기에 할아버지를 추억할 만한 것은 몇 장의 사진뿐입니다. 그래서인지 풍수지리라던가 묘를 잘 써야 후손들이 잘 된다던가 하는 어른들의 말씀은 그다지 저에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장을 하고 묘를 다듬고, 잔디를 심고, 비석을 세운 후에 생긴 감정은 무언가 뿌듯한 감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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