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문학] 오딧세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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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무조건 신에게 복종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호머는 우리에게 수 천년, 수 만리 시공을 넘어 가르침을 준다. 신에 의해 결정지어진 운명의 굴레를 벗고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한 인간의 최초 몸짓, 그것이 그를 십년 간의 긴 전쟁 외눈박이 괴물 마녀 키르케 바다의 괴수 사이렌 머리 여섯 괴수인 스킬라 사나운 폭풍의 괴수 그리고 아내의 탐욕스런 구혼자들을 해치우고 자기 운명을 자신이 이룰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어떻게 보면 고서로 묻혀버릴 소지가 농후한 작품이 오늘날까지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이 고전의 작품성이 갖는 무게가 느껴져, 단순한 영웅 서사시로만 읽기에는 버거운 감이 있었으나, 책을 읽고 난 뒤에 알 수 없는 뿌듯함 같은 것은, 다른 잡다한 책들, 작가의 깊은 성찰이 느껴지지 않는 얄팍한 책들을 대했을 때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각별한 감정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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