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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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사물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화하였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나타내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그 가운데서도 ‘사랑’을 나누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으로써 인간 내면을 보이고자 했던 면도 눈에 든다.
영화에 있어서 그림은 중요하다. 분량을 어림해 보아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주인공 핀의 삶을 지배하는 무엇으로 위치하는 이유에서다. 그림을 분석해 보면 그 중요성은 뚜렷이 드러난다. 그림은 대개 면을 중심으로 해서 평면적인 모양을 중시했으며 색을 넣지 않았다. 또한 나이가 들어갈수록 초상화를 그렸는데, 얼굴이 일그러지거나 무표정하게 그려 채색을 하지 않음으로 감정도 넣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얼굴에 비해서 몸을 균형 없이 그렸다. 일관되게 채색을 넣지 않은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무채색으로 색에서 색을 없앤 그림은 우리를 보는 것 같다. 나에서 나를 없앴을 때는 무엇이 남을지 의문이다. 영화에서 결말이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 무엇도 아닌 나에 갇힌 나를 찾아 다스리게 한다. 원작소설에서 인간 본래의 순수성 회복이 결말이었던 것이 영화에 색으로 표현된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그것으로서의 시점을 일탈한다. 여태껏 보아왔던 영화와 사뭇 다르다. 주인공 핀을 화자로 설정해 관객에게 일체감을 준다. 대개 관객이 엿보는 위치에서 변화된 지위에 당황하면서도 실제 경험하는 듯한 감정이입을 받아 다른 등장인물을 생각하게 된다. 고로 우리는 핀의 정신적 성장과정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결국 다른 등장인물의 심리를 영상에 담지 않아서 내용보다는 볼거리 위주에 영화가 돼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는 1인칭 화자 시점이라 할지라도, 내면을 그림으로써 나타내서 다시 한번 결말의 그림자를 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림은 무엇을 위해 그려지는 경우가 왕왕 있겠으나 대개 순수예술을 위한 것이다. 즉 꾸며지지 않은 나로서 본연에 모습을 찾는 수단으로 설정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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