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과 3] 용비어천가의 정치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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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경우, 영웅서사시의 전통은 민족 이동, 정복, 정치체제의 붕괴, 새로운 종교가 유입되는데 따른 심리적 변화같은 원인들에 의해 촉발되었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독특하게도 한 영웅의 모험을 과장되게 그린 전기소설의 형태를 띠기도 하였고, 정사에 편입되기도 했다. 중국은 유형학적으로 다양한 인물의 표본을 모아놓은 문명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문화사회의 유지에 필수적인 문화적 이상을 강화하기 위하여 이 표본적 인물들이 윤리와 정치적 규범의 예로 등장한다.
유추는 도덕적 훈계를 수행하는데 표준적인 매체가 되며 보편적 대응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의 상호의존성과, 질서와 위계를 더욱 강조하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적 역사가들도 역시 질서와 위계를 강조했는데, 이들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의 역사가들도 주로 도덕적․정치적 이유로 역사를 기록하고 이용하였다. 역사학에 있어서의 유가적 전통은 악장 <용가>의 편찬자들이 끌어내어 올 수 있는 단 하나의 절대적 전통이었다.
준비작업의 첫 단계는 왕조 선조들의 흥기와 관련되는 성지를 조사하는 일과, 시조의 사적을 모으고 확인하는 일이었다. 전국적으로 <태종실록>이나 유배지에 있던 사람을 고문하여 선조들의 공적과 설화를 모았다. 1445년 5월 11일, 마침내 권제․안지․정인지가 10권으로 된 수집 문헌의 초고를 바쳤는데, 이 초고는 한시만으로 이루어졌으리라 짐작된다. 국어 연구기관인 언문청에서 완성된 주석은 한시 및 한글시와 함께 1447년 2월에 왕에게 제출되었다. <용가>의 한글시는 1446년 9월부터 1447년 2월에 걸쳐 이들 일곱 명에 의해 지어졌던 것이다.

참고 자료

문학과 정치 - 김성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