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과 사회] 피어라 석유-김선우(2004년 현대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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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올해의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선우”의 시다. 오랜 세월속에서 문학적인 대상도 조금씩 색다른 양상을 띄게 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석유'라는 생뚱맞고 특이한 소재로 시가 쓰여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조금은 신선하기도 하고, 특이한 이질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시를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런 이질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단번에 시를 읽어내리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선 여기에는 극단적인 두 세계가 함께 가로놓여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로 빚어낸 시어가 있는가 하면, 고통과 폐허의 부정적인 언어도 적지 않다. 반생명적 현실과의 대면을 고통스럽게 치러 내면서 얻어졌을 어두운 이미지들이다. 시인은 두 세계를 한 편의 시 속에 화해 또는 결합시키려는 노력을 보여 주기도 한다. ‘전쟁’이라는 부정적 현실과, ‘꽃’이라는 긍정적인 매개체가 대립을 이루며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그 단어들의 대립이 나오게 한 것이 ‘석유’이다. 석유는 최초에 나무였을 뿐인데, 나뭇가지 위에서 짓까불던 연두색 새순이었을 뿐인데, 썩어서 석유가 되어 탐욕의 대상이 되었다. 어찌 석유라고 그 낭자한 치욕을 씻고 싶지 않겠는가. 시 안에서는 ‘나’로서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어머니의 개념과 연결시켜서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여기서 ‘어머니’란 만물을 낳는 대지를 말한다. ‘어머니’라는 단어 자체에서 나오는 여성성은 여성의 전유물을 넘어 생명체의 원초적 본성으로 그려져 만물의 근원적인 존재와 생태적인 질서로 확장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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