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 최초 등록일
- 2005.04.06
- 최종 저작일
- 2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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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10년간의 긴 침묵 끝에 시인 이성복이 새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문학과지성사)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성복을 처음 접한 스무 살, 1997년 이후로 이성복은 내게 추억이었고 기억이었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부터 네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아포리즘, 그리고 문학앨범, 산문집, 시선집…… 나는 그 넓은 행간 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한 시인의 알 수 없는 열망 같은 것을 헤집으면서 사랑을 하고 시를 쓰고 밥을 먹었다. 서점 귀퉁이에서, 시퍼런 심장 같은 이성복 시집을 집어들었을 때, 10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의 아득함보다 더욱 나를 압박해오던 것은 그 추억과 기억이 현재라는 시간과 만날 때의 끔찍함이었다. 내팽개쳐버리고 싶은 충동과 아예 통째로 삼켜버리고 싶은 충동이 육박전처럼 뒹굴면서 어떤 강박으로 짓눌러왔다. 추억이, 역사로 이행되는 시간. 시인은 중년의 나이로, ‘십만 원이면 사슴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117), ‘피 냄새가 입안에 그득한’ 곳에 다녀왔다. 사슴피, 어째서 또 피인가……
이성복의 새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을 존재하게 하는 힘은 우선, ‘마라’라는 금지형 언술의 자기 모순적인 매력에서 온다. ‘~하지 마라’에서 독립한 ‘마라’는 자신만의 특유한 운동성으로 시집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러한 운동성은 우선 ‘어디로도 갈 수 없고 어디로 가지 않을 수도 없을 때’(「사랑일기」『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의 인간 존재 방식에 대한 오랜 탐구의 결과물로 보인다. ‘마라’의 존재 조건은 욕망이다. 욕망이 강렬할수록 결핍의 밀도는 짙어지고 욕망/결핍의 강한 자성(磁性)은 ’고‘와 ’통‘사이(44) 깊은 공간을 생성한다. ’마라, 생각해보라‘(26)와 같은 모순 어법 속에서 탄생한 ’마라‘는 이후, 자체의 운동 신경과 방향 감각으로 ’다른 어떤 것들‘과의 관계 맺음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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