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가와바타의 설국
- 최초 등록일
- 2005.04.17
- 최종 저작일
- 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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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제가 보고 느꼈던 점을 쓴글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지방의 경계에 있는 긴 터널을 빠져 나가자, 설국(雪國)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진 듯했다. 신호소(信號所)에 기차가 멎었다.
건너편 좌석에서 처녀 하나가 일어나 이쪽으로 와서 시마무라(島村) 앞의 유리 창문을 열었다. 눈의 냉기가 흘러들어 왔다. 처녀는 창문 가득 몸을 밖으로 내밀고는 멀리 외치듯이,
“역장니임, 역장니임.” 했다.
등불을 들고 천천히 눈을 밟고 온 남자는 코 위까지 목도리를 감았고, 양쪽 귀에는 모자의 털가죽을 드리우고 있었다.
벌써 그런 추위인가 하고 시마무라가 바깥을 내다보니, 철도 관사인 듯한 바라크들이 산기슭에 을씨년스럽게 흩어져 있을 뿐, 하얀 눈은 거기까지 이르기 전에 어둠에 삼켜지고 있었다.
“역장님, 저예요. 안녕하세요?”
“아니, 요오코(葉子)아냐. 돌아오는 길인가? 또 날씨가 추워졌어.”
“이번엔 동생이 여기서 근무하게 돼서 역장님 신세를 지게 됐군요.”
“여긴 쓸쓸한 곳이라서 곧 싫증이 날 텐데, 젊은 사람이 안됐다니까.”
“아직 어린애니까 역장님께서 잘 지도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아요, 일 잘 하고 있으니까. 앞으론 바빠질거야. 작년 겨울엔 눈이 굉장했지. 곧잘 눈사태가 나서 기차가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 마을에서는 밥을 해 대느라 바빴었지.”
“역장님은 옷을 꽤 많이 입으신 것 같네요. 동생 편지에는 아직 조끼도 안 입은 것처럼 씌어 있던데.”
“난 옷을 네 벌이나 껴 입었어. 젊은이들은 추우면 술만 마셔 댄단 말이야. 그래 가지고 저기에 쓰러져서 빈둥거리고 있기 일쑤지. 감기가 들어서 말이야.”
그러면서 역장은 손에 든 등불로 관사쪽을 비추어 보였다.
“동생도 술을 마시나요?”
“아니.”
“역장님도, 벌써 돌아가시려구요?”
“다쳐서 병원에 다니고 있는 중이거든.”
“어머나, 그거 안됐네요.”
화복(和服)에다 외투를 걸친 역장은 추위 때문에 얼른 이야기를 끝내고 싶은 듯 돌아서면서 말했다.
“그럼, 조심해 가요.”
“역장님, 동생은 지금 나와 있지 않나요?” 하고 요오코는 눈 위를 이리저리 살피고 나서 말했다.
“역장님, 동생을 좀 잘 돌봐 주세요. 부탁이에요.”
슬플이만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높은 울림 그대로 밤의 눈 속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올 것만 같았다.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그녀는 여전히 몸을 창 안으로 들여 놓지 않았다. 그리고 선로 아래쪽을 걷고 있는 역장에게 다시 가까워지자 소리쳤다.
“역장님, 이번 휴일에는 집에 다니러 오라고 동생한테 좀 전해 주세요.”
“알았어.” 하고 역장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요오코는 창문을 닫고, 붉어진 빰에 두 손을 갖다 댔다
참고 자료
책과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