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읽고.. 허구의 광장으로 도피하는 이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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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광장은 남한과 북한의 현실을 날카롭고 긴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 이명준의 말로 드러나는 작가의 현실비판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북한과 남한의 현실, 그중에서도 월북한 뒤 북한에서 주인공이 겪는 실망의 모습들은 정말 인상 깊었다. 그것은 주인공 이명준이 비록 어설프지만 어떤 필연성에 이끌려 행동한 뒤의 모습이라 그렇기도 했고, 학생신분으로 자신의 밀실에 갇혀있던 남한에 비해 사회에서 많이 부딪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광장은 내가 보기에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밀실과 광장의 문제다. 광장은 제목을 밀실이라고 하는 게 더 낫다. 이명준은 광장을 갈구하지만 언제나 광장으로 내딛기 전에 좌절하고 만다. 이는 내가 보기엔 섣부른 좌절이다. 북한 신문사의 자아비판에서 그는 결국 굴복을 하고 만다. 그는 그것을 슬픈 깨달음, 슬기라고 표현하나 그러한 것에 깨달음이나 슬기라는 단어를 쓰기엔 아깝다. 소설 속에서 이명준은 약하고 비겁한 자기모습을 오히려 합리화 시킨다. 남들도 그렇게 살지 않느냐 라고, 그렇게 체념하고 체념해서 끝에 도달한 이후 은혜와의 광장을 바라보며 바다로 뛰어들지만, 실제로 그것은 광장 아닌 광장이다. 그 광장엔 세 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명준이 남한과 북한에서 기대하던 그 광장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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