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문학] 은희경 소설분석 - 빈처와 아내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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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처」는 은희경이『현대문학』1996년 1월호에 발표한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 중 하나이다.
소설은 아내가 쓴 일기를 읽는 남편의 목소리로 전개된다. 이와 같은 서술방식은 독자가 ‘아내’와 ‘남편’의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효과적이다. 남편은 어느 날 우연히 아내의 일기를 보게 된다. 그 일기에는 남편에 대한 푸념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서글픔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한 일기를 보면서 남편은 차츰 아내를 이해하게 된다. 남편은 “생계를 책임진다”는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기에 부부로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바로 그 점에서 외로움과 고독을 느꼈던 것이다.
남편에게 아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아내’는 대학시절 서너 명의 연적을 물리치고 쟁취한 여자가 아닌 평범한 ‘아줌마’라는 여자이다. 더 이상 남편은 미장원에서 아내의 파마가 끝나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족이 된 순간부터 그녀들, 아줌마들은 이루어진 사랑의 남루한 일상에 못 견디게 외로워한다.

8월 29일 (중략)
분명히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사랑을 이루고 나니 이렇게 당연한 순서인 것처럼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는 화려한 비탄이라도 있지만 이루어진 사랑은 이렇게 남루한 일상을 남길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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