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입속의 검은 잎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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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을 본 후 이 시인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비관론자이다. 기적을 믿지 않는다는 사람은 최악의 상황이 닥쳐오면 혀를 깨물고 자살하는 그런 무서운 사람이다.
나는 기적을 믿는다. 나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기적이 일어나서 내가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게 비는 그런 사람이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기적을 믿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기적을 믿는다는 것은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그런 말이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 후에, 자신이 행한 일의 이상의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어렸을 때의 일이기 때문에 그리 큰 일은 아니지만, 그 시절에는 상당히 절실한 내용이었다. 2학년 첫 한문시험이 너무나도 쉽게 출제되었다. 그래서인가, 한문선생님께서는 2학년 두 번째 한문시험은 엄청 어렵게 낸다고 경고를 하셨다. 오기가 생긴 우리는 내기를 했다. 이번 한문시험에 100점을 받는 사람에게 햄버거를 하나씩 사주기로 말이다.
예상한 대로 문제는 엄청 어려웠다. 어린 마음에 햄버거를 먹어야겠다는 그런 욕심에 다른 과목은 뒤로한 채 한문만을 공부한 나였지만, 20문제 중 6문제씩이나 모르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나는 기독교 신자이다. 지금은 기숙사 생활로 인해 약간 불성실하게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그때 이렇게 기적을 내려달라고 예수 님께 기도를 올렸다. 나의 신앙이 모자란 탓일까. 기적이 일어났는지, 아니면 예수 님이 굽어 살피셨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무튼 나는 그 때 찍은 6문제를 모조리 맞추는 기염을 토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전교에서 100점짜리는 나 한 명이었다. 결국 나는 3명의 친구들에게 3일 동안 햄버거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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