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 이청준의 눈길

소개글

이청준의 눈길에 대한 감상과, 공간을 중심으로 한 가벼운 분석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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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고교시절, 눈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당혹감이 생각난다. 그 당혹감은 7-8년의 터울을 두고
다시 읽게 되었음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호칭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나’는 자신의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소설이 끝나기까지 바뀌지 않는다.
작가는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노인’ 이라는 말을 등장시키고, 그로써 ‘나’와 어머니의 관계가 문제적임을 단박에 드러내고 있다. “내일 아침에 올라가야겠어요”라는 ‘나’의 말과 함께 소설은 시작되고, 노인은 조급증을 내는 아들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취는가 싶더니, 몇 마디 말도 없이 간단히 포기한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렇게 서둘러 서울로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서울을 떠나올 때 급한 일들은 미리 다 처리해 두고” 왔으며 “이번에는 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름 여행을 겸해 며칠 동안이라도 노인을 찾아보자” 고 한 것 또한 나였다.
허나 그렇게 찾은 어머니 앞에서, 끝내 ‘나’는 “어디서 묵은 빚 문서라도 불쑥 불거져 나올 것 같은 조마조마한 기분”이 되고 만다. “애초의 허물은 그 빌어먹을 비좁고 음습한 단칸 오두막 때문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주벽이 심했던 형은 결국 가계를 파산지경으로 만들었고, 지금의 집은 그 결과였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자수성가 하다 시피 살아왔다.
결국 내가 “고등학교와 대학교와 군영3년을 치러 내는 동안 노인은 내게 아무것도 낳아 기르는 사람의 몫을 못 했고”, 나는 “하지만 내게는 빚이 없다”라고 되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매정한 아들에게 어떤 원망기나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고 풍년초 담배만 피우고 있는 노인의 모습에 불쑥 짜증이 치솟는다. 이건 무슨 일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뒤에 나오는 “나는 또 나대로 그 고등학교와 대학과 군영의 의무를 치르고 나와서도 자식 놈의 도리는 엄두를 못 냈고” 그것은 “노인이 내게 베푼 바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럴 처지가 못 되었기 때문이다” 라는 부분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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