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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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는 자신의 색이 뚜렷한 소설가이다. 그는 촘촘히 짜여진 세계에서 이탈하기를 갈망한다. 그의 소설의 등장인물은 운명에 맞거나가면서 파괴되는 양상을 보여주며 그들은 언제나 불행하다. ‘검은 꽃’ 또한 그 선상에서 일맥상통한다.
‘검은 꽃’의 기본 무대는 20세기 초 대한제국이 멸망할 무렵이다. 영국의 기선 일포드 호는 이주 노동자 천여명을 태우고 멕시코로 향한다. 희망과 꿈에 푸푼 조선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배에서 내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낯선 환경과 에네켄 농장에서의 가혹한 의무노동이었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된 4년 후에 해방된 그들이 돌아갈 조국은 이미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당시 불어닥친 멕시코 혁명과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거나, 이웃 과테말라 혁명군측에 가담하여 싸우기도 하고, '신대한'이라는 소국을 세우기도 하지만 후에 정부군 소탕에 의해 대부분 전사하고 만다.

조선인들의 일포드 호 생활은 당시 조선 사회를 잘 압축해서 묘사하고 있다. 당시의 혼란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화물칸에서의 남여, 반상이 사라진 생활은 조선의 과도기를 잘 비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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