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철학] 들뢰즈와 열하일기

목차

ⅰ. 문체반정(文體反正)의 서곡

ⅱ. 언어와 문체

ⅲ. 문체와 국가장치

ⅳ. 일탈의 언어

ⅴ. 들뢰즈의 언어, 박지원의 언어

본문내용

그렇다면 연암의 문장과 문체는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 들뢰즈/가타리는 “줄기들이 새롭고 낯선 용도로 사용되어도 상관없으니 뿌리를 닮은 줄기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무 몸통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뿌리들과 연결 접속되는 굵고 가는 줄기들을 생산하는 것” 들뢰즈/가타리, <천개의 고원> 35p.
의 개념을 리좀(rhizome)이라 지칭한다. 뿌리와 다른 것은 곁뿌리나 잔뿌리들이 모이는 어떤 중심이 없다는 것, 즉 중심이 없으므로 우발성과 역동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박지원의 문장론으로 대변되는 초정집서(楚亭集序)와 글쓰기를 전쟁의 수사학에 빗대고 있는 소단적치인(騷壇赤幟引)을 보면, “언어가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생명을 내고, 날마다 그 광휘가 새로운, 그래서 썩은 흙에서 지초가 나오고, 썩은 풀이 반딧불로 화하는 장면을 통해, 외부와 내부를 넘나들면서 끊임없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리좀적 변이의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중에도 수많은 고원들로 이루어져있음을 알 수 있다. 들뢰즈/가타리는 고원을 “중간에 있지 시작이나 끝에 있지 않다고 밝힌다. 표면적인 땅 밑 줄기를 통해 서로 연결 접속되어 리좀을 형성하고 확장해 가는 모든 다양체를 고원이라고 부른 것이다.” 열하일기는 언제나 중도에 있으며 어디서 읽어도 무관하게 각각이 독립되어 있는 것이다. 문체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열하일기는 정통고문체에서 패사소품체를 종횡으로 넘나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수많은 변형이 산포됨을 알 수 있다. “우리말 대화는 문어체의 고문으로 표현하되, 중국말 대화는 굳이 구어체인 백화문으로 표현하여 언어의 차이를 부각하는가 하면, 조선식 한자어를 고문체 안에 뒤섞거나 빈번히 속담, 은어, 욕설 등을 구사함으로써 특수 어들의 경연”을 연출해내는 것이다.

참고 자료

Ⅰ. 박지원, 민족문화추진회 역, <열하일기> “솔(2004년)”
Ⅱ. 고미숙,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그린비(2004년)”
Ⅲ.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 역, <천개의 고원> “새물결(2003년)”
Ⅳ.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최영관 역, <앙띠 오이디푸스> “민음사(2003년)”
Ⅴ. 이진경, <노마디즘 권1,2> “휴머니스트(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