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십리 밖 물냄새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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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하, 산문집 곳곳에서 만나는 그는 "아...영락없이 이 사람은 시인이로구나." 하는 느낌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분명히 내가 읽는 것은 그의 산문이었지만 다가오는 건 그의 시였다. 문학 전반에 대한 박학함. (나에게는 그것이 무척 고통이었다. 난해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그것을 차치(且置)하고서라도 그는 분명 시를 사랑하는, 시 쓰기를 열렬히 사랑하는 시인임에 틀림없었다. 그를 통해 새로이 만나게 되는 작가들은 물론이려니와 문학이론 및 시론 그리고 그저 자연을 노래한 풍경까지도 가슴에 맺히듯 다가오는 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감상이 아닌 작가의 인생철학이 담긴 까닭일 것이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교과서적 정의가 마치 그냥 쉽게 스쳐가는 감상과 생각을 옮기는 것으로 전락해가는 지금에 있어서 이 책은 분명 그저 쉽게 읽히고 쉽게 잊혀지는 수필문학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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