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내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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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네, 잘 지내지?’ 귀가 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한 나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솜이가 방명록을 써놓은 것이다. 나는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내어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초등학교 동창 중 다솜이를 기억하는 친구가 거의 없을 것 같아서였다.
하루를 마감하는 그 시간에, 나는 젖은 스폰지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더운 물을 가득 받아놓은 욕조에 빨려들어 가듯이 몸을 담갔다. 그리고 초등학교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을 곱씹어 보기 위해 눈을 지긋이 감았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는 날, 우리 4학년 3반 교실은 돗대기 시장을 방불케 했다. 선생님 지휘에 따라 교실 청소 및 정리를 끝내니 방학 내내 은근히 기다려왔던 시간이 됐다. 바로 2학기 내내 함께 할 ‘짝’을 정하는 것이다. 나는 괜시리 가슴이 두근두근 했지만 1학기 내내 짝사랑하던 아이가 다른 친구의 짝이 되는 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내 짝이 된 다솜이는 흰둥이 같은 얼굴에 ‘왕눈이’라는 별명을 가진, 말수가 적은 아이였다. 나는 아직도 다솜이가 나에게 건낸 첫마디를 또렷이 기억한다.
"내 이름, 무슨 뜻인지 맞히면 사탕 줄게.“ 나는 며칠 동안 다솜이 이름이 ‘솜의 일종’ 이라고 우겼지만, ‘사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는 것을 선생님께 듣고는 멋쩍은 나머지 괜히 크게 웃어젖힌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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