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비단의 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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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이 자신의 저서 『중국』에서 고대 중국의 비단이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인도 서해안까지 운반된 사실을 감안해 이 교역로를 ‘실크로드(비단길)’라고 명명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이었다. 그만큼 동서문화 교류에서 비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비단은 고대 삼황오제의 전승설까지를 비단의 시원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는 않다. 원을 전후한 시기의 저명한 로마의 스트라본(Strabon)은 동정에 나선 알렉산드로스의 부장인 네아르코스가 인더스강을 넘어 펀자브 지방을 공격할 때 처음 목면(木棉)과 가벼운 세리카(Serica)라는 견직물을 목격한 사실을 전하면서 이러한 견직물은 모종의 나무껍질에서 얻는다고 하였다. 세리카란 이름은 그 이전부터 전해오는 ‘세르(Ser)’나 ‘세라(Sera)’‘세레스(Seres)’에 그 어원을 둔 것으로 짐작된다. 2세기까지만 해도 로마인들은 ‘세레스’라는 말을 생사나 견직물과 관련시키면서 그 생산자들을 ‘세레스인’, 생산국을 ‘세레스’로 불러왔다. 이처럼 세레스의 실체가 오랫동안 서방에 정확하게 전해지지 않은 것은, 실크로드의 서단을 장악하고 있던 파르타아(安息)가 막대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비단무역을 독점하고 그 비밀을 서방에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단은 출현 초기부터 교역이나 증여의 명목으로 주위의 여러 나라에 수출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외국에서 양잠기술을 도입하여 스스로 견직물을 생산할 때까지 오랜 세월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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