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독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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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더불어 이야기는 중반부터 늘어지기 시작한다. 틀에 박힌 듯한 살인 장면만 반복 되고 무언가 미스터리한 일을 늘어놓기만 하고 어딘지 말도 안 되게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범인 찾기에 만 열중한 나머지 억지로 짜맞춘 듯한 느낌이랄까? 액션 같지 않은 액션은 지루함을 만들었고, 처음을 제외하고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전개는 눈꺼풀 아래로 스크린을 지배하게 했다. 어처구니 없는 결말은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또한 대사가 이해가 안가는 면도 많았다. 불어과 학생임에도 프랑스어는 어지러웠다. 독특한 대사와 쉼 없이 나오는 단어들은 혼란스럽게 했다. 영화와 직접 상관이 없으면서도 무언가 묘한 여운을 남기는 대사. 아무런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놓쳐버리고 결국엔 그렇게 비중 없던 것 같은 그 모든 것들이 다 주제와 관련되는 메시지를 간직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사상시간에 배운 연극의 조건이 생각난다.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거짓이더라도 장면 안에 들어간 순간 그것은 현실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거짓말이더라도 그것은 현실이고 그것이 바로 연극의 법칙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현실을 다룸에 있어서 비어진 이야기를 채우는 그림은 없다. 어떤 의미관계도 획득하기 어렵다. 영화의 재미는 화려한 보여줌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탄탄한 시나리오가 뒷 받쳐 줄때 그런 것이 아닌가...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따라오는 의문점이 있었다. 기자는 왜 저리도 비독에 집착하고 그의 죽음의 실마리를 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또한 왜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님에도 기자를 죽이지 않고 그 대상만 죽이는지, 거울가면을 쓴 악마의 화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였다. 하지만 너무나 쉽게도 범인이 에띤느임이 밝혀지면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 아무리 범인을 밝히더라도 베일 속에 가려진 범인의 존재 그 하나가 드러난다고 그때까지 쌓아둔 전제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도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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