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젊은날의 초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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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랑이야기와 여행이야기는 이렇게 한편으로 허무맹랑한 구석이 있어 어딘가 만지고 꾸민 듯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의 젊은 날에는 이 땅의 어느 젊은이나 공감할 만한 구석도 많았다. 젊은 날의 작가는 또래의 그 누구나 고민할 법한 것들, 예를 들어 불투명한 미래나 이성문제로 고뇌했다. 당시의 그와 같은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큰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이었다. 또 그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책의 소제목을 빌자면 ‘우리 기쁜 젊은 날’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면 그는 여지없이 그저 평범하고 혈기 왕성한 청년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학교 축제 기간에 소위 ‘헌팅’을 하는 모습, 주점 쩌그노트에서 친구들과 술을 기울이며 괜한 허세를 부리고 물건 훔쳐오기 내기를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는 내 주변에서도 봤음직한 친구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의 젊은 날에 다른 젊은이들과 다른, 어떤 ‘작가적인’ 비범함이 느껴졌다면 그것은 그의 방대한 독서량과 남다르게 깊고 철학적인 그의 사유에 있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불문(不問)하는 것들-신과 영원, 인간의 시원과 궁극, 가치와 당위, 아름다움과 참됨과 선함과 거룩함에 관한 것들, 삶의 본질-에 대해 동료들과 끊임없이 토론했고 그 결론에 이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한 그의 남다른 면모를 찾아볼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이 바로 그가 가끔 인용하고 있는 일기였는데, 강진에서 쓴 그의 일기는 그 내용이 심오해서 열여덟의 나이에 썼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역시 ‘작가는 타고나는 것’이란 생각이 문득 스쳤다.
열여덟 무렵에서 스물 두셋이 될 때까지 함께한 그의 여정은 겨울 무전여행의 이유 없는 목적지였던 대진의 바닷가에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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