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 일상대화 속에 나타나는 언어의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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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다음과 같은 대화의 상황적 배경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시간을 함께 보낸 술 취한 새벽의 두 남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희는 대화 속에 조합된 언어를 통해 시대의 보편적인 봉건적 이데올로기가 아닌 개방된 성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대화가 두 남녀 사이의, 술 취한 새벽이 아닌 또래 친구와의 대화였다면 그 속에 내포하는 의미는 달라진다.
그러나 상황 맥락이 의미를 단일하게 규정하는 것만은 아니라. ‘선생님을 사랑해요.’, ‘그래 나도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라고 주고받는 사제간의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사랑’이란 말에는 상대방에 대한 지고의 존경과 헌신, 애정이 얽혀 있다. 그러나 ‘당신을 사랑해’라는 말이 침실 속에서 주고받는 농밀한 남녀의 언어라면, 그 의미는 앞서와 달리 ‘당신을 안고 싶어’라는 욕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들 상황에서 실현된 존경과 욕망이라는 전혀 이질적인 의미들은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의 관점에 따라, 심지어는 서로 고스란히 뒤바뀔 수 있기에 상황 맥락 앞에 ‘반드시’란 언어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국 대화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그 속에 이데올로기를 내포하고 있다는 귀결에는 모두 합치된다.
이처럼 대화 소에 드러나는 언어는 개인의 가치관(이데올로기)을 반영하고 있다. 무심코 사용하던 모든 인간상호활동과 근원이 되는 '언어‘라는 개념이 이토록 조심스러운 것이었던가. 우리는 모든 신경이 사용된 언어에도 쏠리는 것을 느끼며 그 쭈뼛해진 정신 사이로 이것이 국문학을 한다는 사람들의 색채인가란 생각을 했다. 대화에 나타나는 언어는 한번 뱉어낸 언어를 주어 담을 수 없듯이 그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각고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실상 우리의 언어생활은 정반대이다. 앞으로 우리는 각자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하는 언어의 사용에 좀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문학의 이해』, 삼지원
박동규, 이선영, 임권환,『이광수의 ‘무정’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