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희가 문희에게 꿈을 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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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제 29대 태종무열왕의 이름은 김춘추였다. 그는 진지왕의 손자로 이찬 김용춘의 아들이었으며, 어머니는 천명부인을 진평왕의 딸이였다. 그의 아내는 문명부인 문희였는데, 각간 김서현의 딸이니 바로 김유신의 누이동생이었다.
김춘추가 문희를 아내로 맞아들이기 전의 일이었다. 하루는 보희가 경주 서악에 올라 오줌을 누는데 온 서라벌이 오줌으로 가득 차는 꿈을 꾸었다. 보희는 그 꿈을 망칙하게 생각했으나 동생 문희는 달랐다. 문희는 즉석에서 꿈을 사겠다고 제안했다. 보희가 무엇을 주고 사겠느냐고 묻자 비단치마를 주겠다고 답했다. 거래가 성립되어 문희가 옷짓을 벌리자 보희는 “어젯밤 꿈을 네게 준다”고 말했고 문희는 비단치마를 언니에게 주었다.
이는 소녀들의 순진한 장난같지만 실제 비단치마가 값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정식 거래였고 훗날 두 소녀의 미래를 바꾸는 사건이 된다.
당시 비단치마는 국제무역을 통해 수입되는 고가품이였다. 『삼국유사』는 비슷한 시기인 태종 무열왕때의 포목 한 필값이 벼로 서른 섬 혹은 쉰 섬이라고 적고 있으니 지금 시가로 따져 수백 만원쯤 된다. 문희는 포목보다도 훨씬 더 비싼 비단치마를 주고 꿈을 매수했던 것이다.
그럼 보희는 왜 문희에게 꿈을 팔았을까? 그 꿈의 의미와 내재된 가능성을 보희는 모르고 문희만 안 것일까?
아마 둘 다 꿈의 의미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보희는 자신이 꾼 꿈이 왕비의 꿈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보희는 성골도 아니고, 서라벌 출신의 진골 정통도 아닌 가야계 출신이었기에 자신이 왕비가 될 수 없고 기껏 제 2부인이나 첩으로 될 운명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해줄만한 증거로 신당서 신라전을 보면 “왕족은 제 1골이며, 아내도 역시 그 동일족으로, 아들을 낳으면 모두 제 1골이 된다. 제 1골은 제 2골의 여자에게 장가를 가지 않으며, 간다 하더라도 언제나 잉첩으로 삼는다”고 골품과 혼인의 밀접한 관계를 전해준다. 보희는 아마 매수자가 있을대 헛된 꿈을 빨리 매도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 비단치마를 받고 꿈을 넘겨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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