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복수는 나의 것

소개글

이 영화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치 뒤바뀐 느낌이 든다. 종막이 가까워 올수록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모두 피해자로 보일 수 있다. 서로 잘 모르던 극중 인물을 관객만 공평하게 볼 수 있을 텐데, 누구도 편들 수 없고 그렇다고 화해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울림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그들의 상처. 영화속의 내용은 내가 겪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온갖 비주류의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상처는 마치 빳빳한 종잇장에 손가락을 베이는 듯한 아픔을 주었다. 그러한 날카롭고 차가운 아픔은 영화속의 건조함과 동반하여 미묘한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시너지효과를 낸다.
<복수는 나의 것>엔 지극히 대사가 없고 소름끼치게 건조한 정적만이 상황을 이어간다. 유선이 납치당해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의 한 시간 동안 영화를 채우는 것은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를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굉음과 불길이 들끓는 듯한 침묵이다. 이 영화의 정지된 프레임의 롱 테이크와 감정이 배제된 하드보일드의 건조함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들은 강하고 벗어날 수 없는 에너지를 구사하며 이 상황들이 현실이 아닌 무의식 저층의 어디쯤에서 악몽처럼 창조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관객은 불쾌하지만 도취되고, 현실로부터는 멀어지지만 더욱 벗어날 수 없는 무의식의 바닥으로 끌어내려진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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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처음은 <공동경비구역 JSA> 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담아내는 감독이구나, 대단하다. 이런 느낌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복수는 나의 것’이었다. 그 전 작품에 대한 깊은 인상 탓이었을까. 아니면 조조로 봤기 때문이었을까.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뭐야’ 였지.하지만 본 지 2년여가 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내 머릿속에서 내가 봤던 영화를 떠올리던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복수는 나의 것> 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이 만들려고 하는 복수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인 류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누나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니던 끝에 장기밀매업자에게 사기까지 당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퇴직금으로 간신히 마련한 수술비 천 만원을 한 순간에 날리고 망연자실해 하는 류에게 그의 애인 영미는 아이를 유괴할 것을 종용한다. 결국 류와 영미는 중소기업체 사장 동진의 딸 유선을 납치해 거금을 거머쥐는데 성공하지만 이를 눈치 챈 누나가 자살을 하고 급기야 아이마저 사고로 죽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이를 잃은 동진은 류의 행적을 뒤좇고 류는 류대로 장기밀매업자들을 찾아 나선다. 곧 두 사람을 둘러 싸고 물고 물리는 복수의 살륙전이 시작된다. 얽히고 얽히는 인간 관계, 서로에게 복수하고 모두가 죽는다.
대체 잘못은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일까. 병이 든 누나? 아이를 유괴하자고 설득한 영미? 아니면 병이 든 누나가 있고 아이를 유괴하려는 것을 정당화시키고 있는 여자친구를 가진 류? 어쩌면 자신의 딸이 죽은 것을 알자 영미와 류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아이의 아버지, 동진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치 뒤바뀐 느낌이 든다. 종막이 가까워 올수록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모두 피해자로 보일 수 있다. 서로 잘 모르던 극중 인물을 관객만 공평하게 볼 수 있을 텐데, 누구도 편들 수 없고 그렇다고 화해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울림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그들의 상처. 영화속의 내용은 내가 겪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온갖 비주류의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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