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론]김영하<오빠가 돌아왔다>

소개글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를 인물을 위주로 분석한 평론입니다.
인물유형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의 파우스트적 인물, 90년대적 인물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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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작가 스스로가 자신이 지향하는 작가의 이미지는 발자크 같은 작가라고, 그래서 전화번호부에 기재된 사람의 수만큼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한 발자크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한 것처럼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의 인물들은 정녕 소설 그 자체이다. 소설 속의 가족구성원인 인물들의 형상만으로 오롯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김영하의 <오빠가 돌아왔다>. 그런데 이 작품 속 인물들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너무도 나쁘다.
먼저 작품 속 화자인 경선이 얘기하듯 아빠는 나쁜 아빠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간으로서 술주정뱅이에 고발꾼인 식충이다. 오빠는 또 어떠한가. 미성년자인 동거녀를 데리고 집안으로 당당히 들어와서 그 나쁜 아빠를 두들겨 팬다. 그리고 엄마는 건설현장에서 함바집을 하면서 남자들을 만난다. 더욱 우리를 아연질색하게 만드는 것은 이 모든 비정상적이고 혼란스러운 가족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러면서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영악한 열네 살짜리 소녀의 모습이다.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고 가장의 권위나 도덕규범 따위는 도대체가 찾아볼 수가 없는 가족이기에 아빠는 오빠의 무력에 무릎을 꿇고 경선은 오빠의 돈 때문에 눈치를 본다. 그리고 오빠와 아빠는 경선의 팬티와 교복을 훔쳐가서 자신의 욕구를 채운다. 이보다 더 콩가루일 수는 없을 것 같은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완전하고 이상적인 체제나 진리, 권위나 도덕과 같은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90년대적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나쁜 가족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쁜 인물들을 통해서 작가는 단순히 가족이라는 체제의 허위성이나 도덕의 부재를 말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것을 지키기가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말하고 있다. 경선이 야유회를 가자고 난리를 치는 엄마를 보고 ‘가족이 그렇게 좋으면 왜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는지 한마디 설명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작가는 완전한 인물, 행복한 가족이 아니라 오히려 불완전하고 추악한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90년대의 인물과 가족의 모습을 왜 이렇게 악하게 그려낼 수밖에 없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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