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이 논문은 다음 두 가지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로는 한국인의 독특한 신앙적·종교적 체질에 대한 신학적 규명과, 둘째로는 그것에 창조적으로 대화하고 적극적으로 응용해야 하는 한국 기독교의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전자에 관해서, 필자는 한국인 고유의 `풀이` 문화와 그것에 관련된 언어생활,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구체적인 관습(practice)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들을 하나의 유·무의식적 정신 체계 혹은 이념적 지향으로 보아, 본고에서는 `풀이의식(意識)`이라 명명했다. 자칫 한국 무속(巫俗)의 유산이나 비기독교적 가치로 여겨질 오해도 없지는 않겠으나, 단언하건데 이는 무속신앙의 부산물이 아니요, 개종하지 못한 `죄인`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외래 종교와의 조우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정신세계의 기저에 면면히 흘러왔던 의식으로서, 가치 중립적인, 그래서 신학적 변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우리 민족의 독특한 가치관이자 구체적인 태도인 것이다.
목차
Ⅰ. 서론
1. 문제제기
2. 연구방법
Ⅱ. 본론
1. 풀이의 의미론적 고찰
(1) 해원 및 해한
(2) 화해
(3) 해방
(4) 해결 및 호전(好轉)
(5) 치유
(6) 생명친화
(7) 공동체적 교체
2. 한국인의 근원적 구원관으로서의 풀이의식
(1) 한국 기독교와 풀이의식
(2) 한국 전통이념과 풀이의식
(3) 한, 풀이, 신바람 그리고 무속
3. 신학적 자원으로서 풀이의식의 가능성
(1) 한국적 기독론과의 가능성
(2) 한국적 성령론과의 가능성
(3) 민중신학과의 가능성
(4) 여성신학과의 가능성
4. 풀이의식과 한국교회의 대안
(1) 강한 신앙열과 풀이경험의 지속
(2) 풀이, ‘판’ 그리고 공동체적 코이노니아의 조성
(3) 교회의 참여운동과 풀이의 영성
Ⅲ. 결론
본문내용
한국인은 문화적으로 유전된 독특한 구원관․세계관을 집단적으로 공유했는데, 그것은 ‘풀이의식’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정신체계이다. 이것은 다양한 언어 생활 가운데서, 해원․화해․해방․치유․해결과 호전․생명친화․대동적 교제 등의 의미와 가치를 함의하고 있고, 과거로부터 사회와 문화의 영역에서 구체적인 양식(form)과 관습(practice) 등을 갖추고 전래되어왔다. 실제로 이 풀이의식의 기원과 발생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는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까지도 한국인의 의식구조 가운데 면면히 흐르고 있고, 사고방식과 인생관, 그리고 구체적인 삶의 태도를 결정짓고 있으며 심지어 민속신앙 및 재래의 종교에도 습합이 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신학적 자원으로서 이 풀이의식은 한국적 신학에 가능성을 시사하는 의의가 크다. 먼저 한국적 기독론의 수립에 있어서는, 그리스도를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풀어주는 이’ 혹은 ‘풀이자’로서 한국인에게 더욱 의미심장하게 선포할 수 있겠고, 한국적 성령론의 관점에서는 성령을 창조의 영감(inspiration), 희망의 영감, 생명의 영감, 활기의 영감인 신바람의 주체로 상정할 수 있겠다. 그리고 민중신학적 시각에서는 풀이의식이 민중의 건강한 해방적 가치, 저항성, 공동체성, 종말론적 희망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더욱 진지하게 평가해야 하여 신학적 실천에 연계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여성신학적인 관점에서는 풀이의 문화적 양식인 무속 및 굿에 대해 고찰하면서, 억눌리고 착취당하며 무고히 고난 받는 여성이 풀이의 과정을 통해 해방을 경험하고 ‘한풀이’의 사제로서 주체적 역할을 부여받는 현상을 주목하여, 여성신학이 이를 적용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으로 여성들이 진정한 풀이의 경험을 만끽하고 여성의 고난에 대해 연대감을 갖고 메시아의 종으로서 활약해야 할 것을 타진했다.
마지막으로 풀이의식이 한국 교회의 대안 수립에 시사하는 바를 고찰했다. 우선 한국 교회의 양적 성장 및 부흥이 다름 아닌, 강렬한 풀이 경험을 요구하는 한국인의 종교적 체질로부터도 기인했다고 판단하여, 향후에도 한국교회는 실질적인 풀이 경험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준비되고 갱신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점차 개별화되고 원자화되는 개인들의 실존 문제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풍조에 대항하여, 그 대안으로 풀이문화의 연장인, ‘판’의 문화, ‘대동’의 문화를 교회에서 적극 응용해야 할 것을 말했다..
참고 자료
C. S. Song, 성염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