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론]정지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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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의 몇몇 시를 통해 흐릿하게 다가와 기억에 파편으로 사라졌던 사람, 그가 바로 정지용이었다. 시인열전에서 그려진 그의 모습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바로 인터넷 및 도서관의 서적들을 뒤져본 후에야 그가 얼마나 뛰어난 감각으로 현대시의 신기원을 개척한 시인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가 등단한 것은 1920년대 후반기로 서구의 낭만주의 세기말 사조의 피상적 수용에 그친 시들이 판을 치고 있을 때였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신선한 예술적 차원을 전경화시킨 시로 이런 파행 시기에 종지부를 찍으며 나타났다.
『향수』속의 정지용
나는 정지용을 미흡하나마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처음이 등단 초기부터 1930 전반기에 걸친 그의 시는 사물만을 강조하고 그 외의 것은 무시하려는 시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그 대표작이 향수이다. 향수가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시가 발표되기 이전에도 이러한 종류의 시는 있었지만, 그의 시는 이전의 시와는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여타의 설명이 개입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선명한 심상을 그리는 방법으로 문단에 등단과 함께 일궈놓은 세계가 바로 이런 기적의 실현이라는 점이다.
『카톨릭시즘』의 정지용
1933년에 접어들어 그의 시는 다른 색채를 보여준다. 이시기에 발표한 그의 시인 “별”, “나무”등에서 보여주듯 전 단계의 작품과는 달리 정신적인 내용이 줄기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이시기에 기독교 사상을 적극 수용, 시를 썼기 때문이다.
왜 정지용은 기독교 사상을 수용했을까? 그것은 사물만을 강조하고 그 외의 것은 무시하려는 시에 한계를 느껴 대안책으로 기독교 사상의 수용을 선택해 그동안 써왔던 시의 한계를 일거에 극복하고자 했다고 생각된다.
『동양적인 시세계』의 정지용
30년대 말부터 보여지는 그의 시는 기독교 사상을 버리고 응축적이고 엄결성을 담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전 단계에서의 시들이 사상이나 관념들이 그대로 표출되어 좋은 의미의 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그는 동양적인 방법을 적극 수용, 시가 사상이나 관념의 표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감각화 하여 시가 시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인격 완성을 오르게 하는 방법으로 전단계의 단점을 극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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