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문학]패러디소설의 이해

소개글

원텍스트 `흥부와 놀부`와 채만식의 『흥보씨』, 최인훈의 『놀부뎐』과의 비교를 통해 어떤 부분이 패러디 되고 재해석 되었는지 살펴본다.

목차

1. 익숙한 이야기 다르게 읽기

2. 원텍스트의 흥부와 놀부

3. 채만식의 「흥보씨」:주인공 끌어내리기
3.1. 식민지시대의 무능한 흥부: 희화화된 선
3.2. 현실적 세계관: ‘행운’의 재해석

4. 최인훈의 「놀부뎐」: 소외자 끌어올리기
4.1. 말세의 기인(奇人): 밝혀진 진실
4.2. 회의적 세계관: ‘진실’의 재해석

5. 맺음말

본문내용

「흥보씨」에서 채만식은 선량하나 무능하여 우스꽝스러운 흥부를 창조했다. 선하기 때문에 제비의 보은박에 의해 부자가 된다는 원텍스트의 이야기는, 무능함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흥보씨의 이야기로 변모되었다. 곧 선량함만으로 복을 받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흥보씨」는 원텍스트와 전혀 다른 상황 속에 흥부와 닮은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흥부가 지닌 미덕이 무력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이에 비해 소외되었던 인물을 중심에 놓은 「놀부뎐」은 잘못 알려져 왔던 놀부의 진실을 밝힘으로써 시작된다. 원텍스트의 이야기를 반복하되, 앞뒤 상황 설명을 덧붙임으로써 놀부의 행위를 옹호한다.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두 작가는 공통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허황된 꿈이나 우연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인식, 현실을 만만치 않은 대상으로 보고 현실과의 대결에서 각 개인이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세상에서 채만식은 역사 사회적 인식을 지니고 살 것을 암시하고있는 반면, 최인훈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이치의 불가해성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원텍스트에 나타나는 작가의 생각을 비판한 작품은 이 두 작품 말고도 다수 존재한다. 박태
원의 <小說家 仇甫氏의 一日>을 패러디한 최인훈의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 김승옥이 쓴 <서울 1964년 겨울>을 패러디한 전진우의 <서울 1986년 여름>, 이상의 <날개>를 패러디한 김석희의 <이상의 날개>가 그 예이다. 이들 소설은 모두 1970년대에서 80년대에 발표되었는데, 정통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당시의 정치 현실을 비판 공격하고자 해 쓰여진 것이다.
두 작가가 왜 원텍스트를 패러디했는가에 대한 결론은 ‘인물의 실상을 재조명하고 숨겨진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아닐까. 비록 형식은 달리 하고 있지만 두 작가 모두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통념을 뒤집고 고정관념을 깨 다르게 보려고 했던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참고 자료

『한국 패러디소설 연구』1996. 김현실 외. 국학자료원
『韓國 패러디小說 硏究』1997. 장양수. 이회문화사
『채만식전집 7』1989. 채만식. 창작과 비평사
『우상의 집』1993. 최인훈.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