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신동집의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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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집의 「오렌지」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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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설에 비해서 시는 다가가기가 힘든 면이 많아 가까이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문학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조사하다보니 모르는 시들이 너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신동집이라는 시인은 잘 모르고 있었고, 게다가 ‘오렌지’라는 제목이 약간 생소하기도 했다. 성석제의 「오렌지맛 오렌지」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혹시나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하기도 하였는데 내용은 전혀 달랐다. 흥미로운 제목과는 달리 ‘오렌지’를 소재로 하여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아주 지적인 시였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마음만 먹으면 오렌지의 껍질을 벗길 수도 있고, 찹잘한 속살을 깔 수도 있다. 이는 ‘오렌지’에 대한 어떤 욕망의 표현이다. 그런데 그 오렌지에 손을 대는 순간 오렌지는 오렌지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것은 무엇이든지 체험하지 못했을 때에 신비로운 것이지, 체험하고 난 뒤에는 그러한 신비로움이 사라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화자와 오렌지가 서로에게 주체이면서 객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 ‘오렌지’가 무엇으로 해석되는지가 중요한데, 시인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 정체를 밝히는 것은 바로 독자의 몫이 된다.
우리는 ‘오렌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고, 현대인에게 ‘소중한 가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꼭 분석을 해야만 하는 현대인의 생리를 비판하면서, 대상을 분석하기 시작할 때 주체와 객체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라고 하고 있다. 오렌지에 손을 댄다는 것은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뜻하는 말이다. 즉, 우리가 오렌지를 만져 본다고 해도 껍질만 손댈 수 있는 것이므로 진정한 내면이나 본질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절망적인 내용으로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6연에서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오렌지의 껍질에 비치고 있다고 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예감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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