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국어]한국지식인의 주류 콤플렉스

소개글

강준만의 `한국지식인의 주류 콤플렉스`에 대한 서평으로 통번역대학원 교양국어 시간에 제출되었던 리포트입니다. 문장이 깔끔하고 표현이 독창적이고 재미있으며 제대로된 분석을 곁들이고 있다는 교수님의 코멘트를 받고 A+를 받았던 서평입니다. 최고의 퀄러티를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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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강준만은 싸움닭이다. 그것도 고만고만한 놈이 아닌, 벼슬이 빳빳이 선 제대로 된 싸움꾼이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싸움닭이라면 붙어볼 만하다 싶은 적수와 겨룰 땐 한 놈이 기어이 죽어나갈 때까지 정수리를 쪼아대는 법이다. 아프고 두렵다 하여 싸우는 시늉이나 하다가 대충 꽁무니를 빼는 놈은 이미 싸움닭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시대의 몇 안 되는 싸움닭인 강준만은 요즘 예전의 기세를 잃어버린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강준만은 진보를 자임했던 많은 지식인들이, 소수 특권층의 기득권을 대변하며 대한민국 대형 부조리의 온상이 되어 온 조선일보에 글을 기고하는 행위를 실명을 거론해 비판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 주류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에 글을 쓰는 이유는, 주류 문화에 편입해야만 마음을 놓는 지식인들의 뿌리 깊은 ‘인정욕’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임지현’ 론과 이에 대한 임지현 자신의 반론, 또 이에 대한 강준만의 재반론을 읽으며 든 생각은, 강준만의 초점이 조선일보에 글을 기고해 온 임지현의 진정한 속내를 파헤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실명 비판과 그에 대한 재비판을 전문 게재함으로써, 진정한 토론과 비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만드는 ‘문화사명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인정 받고 싶다는 욕구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소위 깨어있다는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조선일보에 글을 기고하면서 고작 ‘보수신문에 글을 써서 그 독자층을 계몽하겠다’ 라거나, ‘어느 지면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얄팍한 변명들을 내세우는 현실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는 보잘 것 없는 ‘말꼬리잡기’ 식 비판이나, 실명비판에 거부감을 보이며 빙빙 에둘러 훈수나 두려는 이문열 같은 지식인들의 태도를 더 거슬려 하는 듯 하다. 합당하고 건전한, 제대로 된 비판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진보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진중권이나 고종석이 자신을 예리하게 꼬집은 글을 책 여기저기에 삽입하며 자숙 내지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이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우리 사회 가장 진보적인 미디어 지식인 중 한 사람인 자신부터 이러한 비판문화를 선도해 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진보세력과도 일정부분 거리를 둠으로써, 사회의 어느 집단으로부터도 정신적 빚을 지지 않고 비판의 성역을 남겨두지 않으려는 도덕적 다짐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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