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철십자 훈장의 슈타이너, 태백산맥의 김범우, 그리고 그람시와 새로운 역사학

소개글

철십자 훈장이라는 영화의 주인공과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김범우라는 인물을 통해 쉽사리 정치적 이데올로기 속에 포섭되거나 그에 의해 희생되어, 대중들 독자적인 역사를 개척하기 어려운 점에 착안하여, 어떻게 하면 대중들의 역사를 서술할 것인가를 그람시의 서발턴이라는 개념을 차용하여 대안을 내놓은 리포트. 영화평의 형식을 띄고 있음.

목차

글 쓰기 전에
태백산맥
철십자훈장
그람시, 서발턴, 역사학, 언어학

본문내용

글을 쓰기 전에

사실 이 과제를 어떻게 작성해야할까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독일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고, 그러다보니 책을 잡아도 잘 읽히지도 않아 한동안 참 답답했었다. 결벽인지 완벽주의인지 모르지만 엉성하게 내 손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기도 했다. 무언가 독창적인 논리와 주제의식으로 써내려가고 싶었으나 능력의 부족을 실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편하게 과제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 글이 수필과도 같은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글을 써내려가면서 그 동안 내가 진지하게 고민해왔던 부분들의 편린들을 드러낼 생각이다.

태백산맥

내가 조정래의『태백산맥』을 읽은 건 21살 때였다. 우선 그 장대한 스케일이 놀랍기만 했고, 조정래의 글쓰기 능력은 경이롭기만 했다. 그리고 3년 후 『태백산맥』을 다시 읽었다. 언제나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그 일을 반복했을 때 그 의미는 더 풍부해지고, 새로워지는 것처럼 다시 읽은『태백산맥』또한 그랬다. 24살, 즉 작년에 학생운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던 나에게 다시 읽은『태백산맥』은 역사 교과서였고, 이론서였으며, 방법론을 알려준 책이었으며, 전쟁을 새롭게 보게 해준 책이었다. 전쟁을 새롭게 본다는 의미는 전쟁이란 정치의 연속이며, 강력한 정치적 표현이기 때문에 대의, 즉 목표의 성취를 위해서는 (최대한 피해야겠지만) 어느 정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 나에게 다시금 전쟁에 대해 사유하게끔 강제했다는 의미이다. 즉, 전쟁의 정치성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전쟁이라는 양극단간의 싸움에서 나는 어디에 존재할 수 있고, 어디에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다는 의미이다. 전쟁의 양극단이 생산해내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대중은 희생되거나, 왜곡되고, ‘갇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전쟁이 아닌 현실 속에서도 대중은 어떤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되는 것이 아닐까?, 또는 기존의 역사해석이 대중을 특정한 틀에 가두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은『태백산맥』에서 김범우가 했던 물음이기도 하다.

철십자 훈장의 주인공과 태백산맥의 김범우가 보여 주듯이 대중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희생되기 쉽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어떻게 하면 대중의 역사를 복원, 서술할 것인가를 고찰한 리포트. 그 대안으로서 그람시의 사상에 착안하여 그람시의 고유 개념인 서발턴을 사용하여 미래의 새로운 역사학은 언어학을 차용하여 대중들의 목소리의 흔적이 남겨져 있는 텍스트를 거꾸로 거슬러 읽어야 한다고 주장.

참고 자료

서발턴과 역사학 비판, 김택현, 박종철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