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론]밤이여,나뉘어라 독후감
- 최초 등록일
- 2006.03.15
- 최종 저작일
- 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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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2006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중 대상 `밤이여, 나뉘어라` (정미경作)를 읽고 쓴 글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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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소설을 읽었지만, 나는 마치 한 편의 단막극을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자를 읽었지만 영상을 본 기분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일까. 그만큼 이 소설에서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고도 현실적이며 명시적이었다. 글을 읽는 내내 드라마로 만들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고, 나는 내 나름대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며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글의 처음에서 작가는 여행지의 기차역이나 항구 주위의 식당 이야기를 꺼내며 복선을 준다. 여행을 다녀보면 외국이든 내국이든 간에, 잠시 머물렀다가 금세 떠날 손님들을 받는 식당들이기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낯설고 불안정한 공간에서 그저 어떤 메뉴든 대충 배에 채우고 일어나야 하는 불편한 분위기. 하긴 여행에서 안락함이나 포만감을 바라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금 나의 존재 자체가 불안하다는 기운이 그려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생에 불가능이란 없었던 P에게는 그만의 특별한 아우라가 있었다. P의 꿈이 하나도 남김없이 이루어지는 걸 옆에서 쭉 지켜보아 온 ‘나’는, 그를 감히 라이벌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이라고까지 정의한다. 그러한 ‘나’의 감정을 따라가다가, 나는 며칠 전에 읽었던 파울로 코엘료 소설 [오 자히르(O Zahir)] 가 떠올랐다. 작가가 밝힌 [환상백과사전]에 따르면 자히르(Zahir)는 아랍어로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하게 되면 서서히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나가 결국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사물 혹은 사람을 말한다. 코엘료는 그 작품 속에서 ‘자히르’의 상태에 빠진 자를 세밀히 묘사하는데, 그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이 ‘밤이여, 나뉘어라’ 속의 ‘나’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나’는 P에게 무조건적으로 중독된 것 같다고… 사실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은 채로 이 세상의 비애와 현실을 견뎌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더불어 현재 자신의 위치를 매 순간 또렷하게 자각하면서 산다는 것도 벅찬 일이다. 그래서일까, 그게 뭐가 됐든 무언가에 빠져 있어야만 우리는 자아발견이라는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것들을 잊고 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P를 자히르로 삼아 늘 그를 의식하며, 그를 기준으로, 또 그의 평가에 얽매여 산다. P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멀리 떠났을 때에도 그의 좌표를 늘 확인하고, ‘내’가 해낸 것을 뿌듯하게 당당히 P의 앞에 내밀고 싶어 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손을 뻗을만한 위치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그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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