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독후감]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신동원著) 를 읽고 - 온고지신, 휴머니스트 그리고 의사
- 최초 등록일
- 2006.05.14
- 최종 저작일
- 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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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신동원씨가 쓰신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를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제가 직접 작성한 글이고, 성심 성의껏 썼답니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쓰실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이 때의 권력은 근대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늘의 재앙이었던 역병을 통제하는 순간부터 “몸에 대한 근대 권력이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콜레라에 대한 면역력을 갖지 못했던 조선 민중들이 1821년 전국적인 ‘습격’에 노출돼 10만 명이 죽었을 때, 이는 동아시아에 대한 서구 침략의 불길한 신호탄이었다. 그 앞에 무기력하게 손 놓았던 한의학의 자리는 근대의 권력으로 무장한 서양의학이 빠르게 대체했다. ‘위생경찰’을 앞세운 일제는 서양의학의 이름으로 식민지 조선인의 몸과 생활을 통제할 근거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 ‘근대’를 의심한다. “과학적 합리성과 경제력 향상, 이로 인한 위생·건강 상태의 개선을 근대라 한다면”, 식민지 조선은 근대 의학의 수혜자가 아니었다. 노동자 하루 평균 임금이 1~2.5원이던 1929년, 조선총독부 의원은 외래진료비 700원, 입원비 2천원을 받았다. 서양의학은 제국주의 지배자와 소수 조선인 특권층을 위한 것이었다.
지석영에 대해 지은이가 ‘허구적 신화’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 우두법을 배운 지석영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를 통해 전국적 인물로 찬양됐다. 근대적 일본과 낙후된 조선의 대립항에 비춰볼 때, 그는 일본 식민통치를 정당화시킬 훌륭한 모범이었다. 역사에 대한 이런 통찰이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묻혀 버리는 일은 오히려 이 책의 미덕인 것 같다.
우리 몸과 질병, 의학에 관한 내용을 수많은 주제들을 통해 논의한 이 책은, 그러나 본래 주제를 넘어 또 다른 차원의 근대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사실 의식적인 차원에서 `식민지성`이나 `오리엔탈리즘`에 관한 논의는 쉽게 받아들이고 인식할 수 있었지만, 우리를 `잘` 살게 했다고 생각하는 위생 관념이나 과학, 의학 등에 정치성과 식민지적 비하가 깊이 뿌리박고 있었다는 것은 인식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글들은 저자가 학술지에 게재했던 글들을 고친 것이기 때문에 제목에서 연상한 것만큼 가벼운 글은 아니다.
요즈음 역사책들의 유행 가운데 하나가 `근대` 담론인 듯하다.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성찰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문화와 의식 등 여러 부분이 근대화 담론에 대해 많은 언급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몸`이 근대화에 익숙해진다는 생각, 서양 의학이 침투하여 사람들을 근대화시켰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의학의 역사와 서양 의학 그리고 한의학에 대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참고 자료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