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작가론]오정희 - 중국인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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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작 ‘중국인 거리’는 오정희의 소설적 특질인 페미니스트적 측면을 잘 나타내 주는 대표적 단편으로 그녀의 두 번째 창작집 `유년의 뜰`에 실려 있다. 앞 작품과 동일하게 이 작품은 실제 작가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인천 자유공원 언저리에 있는 일명 “차이나타운” 또는 “중국인촌”이 내다보이는 곳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집 근처 언덕의 중국인촌에 새들어 사는 양공주들의 하이힐과 플레이드 스커트와 페티코트 등의 이국적인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그때의 체험과 상상의 세계로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나 어떤 소설도 작가자신의 기억과 체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므로 소설은 작가자신의 삶과 기억들로 짜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중국인 거리’는 6.25 피난살이 도중에 인천으로 이주해 와 중국인 거리 속에 살게 된 사춘기 소녀의 눈을 통하여 자아성숙과 세계의 눈뜸에 점차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 및 전쟁이 가져온 비극상을 그린 소설이다. 때문에 ‘사랑 손임과 어머니’에서와 같이 동심으로써 사실적으로 표현될 뿐 아니라 감성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중국인 거리는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외지인들과 미군 부대, 양공주와 난민들이 뒤섞여 사는 풍속이 거칠고 어수선한 빈민촌이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동심이란 것은 없이 세상에 그대로 노출되어 살아간다. 흑인 병사와의 국제결혼을 꿈꾸던 양공주의 죽음과, "난 커서 양갈보가 될 테야."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어린 소녀들의 슬픈 감수성을 통해 전쟁이 낳은 비극과 그것이 어린 영혼에 준 상처를 날카로움을 동반한 담담한 어조로 표현하고 있다.
이 소설은 유년기에서 사춘기로 접어든 소녀의 성장 과정을 나타낸 성장 소설이라는 점과 남성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서술되면서 여성의 정형적인 삶의 틀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 본 소설이라는 두 가지 경향으로 나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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