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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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학회에서 수상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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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계몽담론에서 근대화는 여러 발전양식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이른바 과학, 이성, 합리주의로 표현되는 것들과 함께, 우리사회 전반을 가로지르며 곳곳에 깊은 흔적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식론적 중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유 및 습속 등을 이성적이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며, 근대 이후에 비로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될 수 있었다고 동의할 것이다. 또한 정치, 경제 등 양화(量化)될 수 있는 수치가 세계 평균수준에 미치지 못한 나라들을 미개하고 야만적인 국가로, 즉 근대화되지 못한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철저하게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의 이행이 진보적인 것이라는 진화론적인 시각은, 근대와 근대 이전을 날카롭게 대립시키면서 근대를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인식체계를 가져왔으며 오늘날까지도 내면화를 통해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사유의 전반을 가로지르는 근대성을 형성하고 그것이 이식되기에는 수많은 폭력과 피의 대가를 수반했으며 그것의 이면에는 패권의 숭배가 적극 작용하였다. 근대적 공업체계가 형성되기 위해서 유산자들이 벌였던 농촌생산수단의 독점적 전유 및 무산자들의 임금 노동자로의 재탄생(칼 맑스Marx, 자본 1권-이른바 시초축적), 근대적 이성의 탄생을 위해 벌어졌던 ‘고전주의 시대’의 대대적인 감금과 비이성의 억압 및 그것의 내면화(미셀 푸코Foucault, 광기의 역사), 자본 발달의 심화와 착취, 그리고 시장 판로 개척의 필요성에 의한 19~20세기 제국주의 및 식민지 근대화(에릭 홉스봄Honsbawn,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역사전개과정에서 근대화 시대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점철되던 때였고, 물리적 정신적으로건 일상생활에서 강제를 경험할 수밖에 없던 핏빛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적자생존의 논리와 우생학(優生學), 골상학(骨相學), 어용 인류학 등에 의한 패권의 정당화로 발전할 수 있었으며 또한 강한 힘에 대한 노골적인 숭배가 본격화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참고 자료

박노자,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인물과사상사(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