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보르헤스 ‘픽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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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전집2 ‘픽션들’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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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이 책을 처음 읽으려고 책장을 넘겼을 때 ‘틀륀,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를 보고 뭐 이런 난잡한 글이 다 있나 생각했다. 가끔 서점에 가서 책을 보기를 즐기지만 베스트셀러 칸에 있는 책이나 내가 흥미 있어 하는 책들만 찾아 읽었었다. 그런 책들치고 술술 읽히지 않는 책들이 없었다. 이 책은 너무 어렵게 쓰여진 것 같기도 하고 재미없고 지루한 줄거리였다. 각주는 페이지의 절반이고 뭐는 허구고 거짓이라는 둥 당혹감을 잊을 수 없다. 그 장만 읽는데 도중에 몇 번이나 눈이 감겼는지 모른다. ‘알모따심에로의 접근’까지 지루함이 이어졌다. 이걸 읽고 뭐라고 글을 써야하나 걱정도 되었다. 읽다말고 차례를 들여다보니 재미있을 것 같은 제목들이 눈에 띄어 힘을 내서 계속 읽어나갔다. 이글엔 각주가 너무 많아서 글의 읽을 때 흐름을 끊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몇 개의 각주는 그냥 넘어가며 읽었다.
그의 글이 재미없는게 아니라 내가 아직 그의 글에 적응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사실과 허구, 실재와 거짓을 한데 뒤섞어 놓은 이 비규칙적인 상상력은 기존의 소설들과 달라 어처구니없어 보였다. 허구와 진실의 경계를 허물어 주는 인상을 주어 나에게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처음부터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어느 정도 읽자 그의 글쓰기를 이해가능하게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원형의 폐허들’이었다. 추상적인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내가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앞에 두장이 나에게 너무 지루하다가 나타난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처음 등장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등장부터 조금 예사롭지 않은 사람 같았으나 신전에서 지내면서 꿈에서 사람을 만드는 일에 집착하게 되고 신의 도움으로 남자아이를 만들게 된다. 그 아이에 집착을 하지만 결국 그 아이의 기억을 지우고 인간세계로 보낸다. 자신이 만들어낸 아이가 자신이 사람이 아니고 꿈으로 만들어진걸 안다면 굴욕감을 느낄 것 같아 괴로워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불속에 던지는데 그때 자신도 다른 사람의 꿈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걸 알게 된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였다. ‘내가 너일까. 니가 나일까. 내가 내가 아닐까. 네가 네가 아닐까’ 그런류의 생각들 누구나 가끔 생각해보는 일이다. 그래서 인지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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