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탈출기, 운수 좋은 날 비교- 부부의 진정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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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와 운수 좋은 날, 두 소설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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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와 운수 좋은 날, 이 두 소설은 1920년대 당시 갈수록 가혹해지는 일제의 압박과 나라 없는 서러움, 그리고 당장 목숨을 이어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지독한 가난, 이 삼중고를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묘사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탈출기에서의 나, 박군은 아내와 어머니를 데리고 간도로 갔으나 땅은 고사하고 굶기를 밥먹듯 한다. 처음 간도로 갈 때의 꿈은 사라지고 나는 중국인에게도 땅을 얻어 농사짓기가 어려워 날품팔이로 전락한다. 박군과 그의 가족은 온갖 궂은일을 다하고 충실하게 살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박군은 가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어떤 집단에 가입하고야 만다. 운수 좋은 날에서의 김첨지의 사정도 박군만큼이나 어렵다. 인력거를 몰아 겨우 연명하는 하층 노동자로서 아내가 아픈데도 약 한 첩 쓰지 못한다. 결국 김첨지가 돈을 벌어 아내가 그렇게 먹고 싶어하던 설렁탕을 사갔지만 아내는 이미 죽은 뒤였다. 이렇듯 두 사람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난을 해결할 만한 아무런 능력이 없는 당대의 우리 민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렇듯 비슷한 내용의 두 소설 속에서 두 주인공 모두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여 각각의 주인공과 아내, 즉 두 부부의 관계에서 차이점을 발견했다. 박군의 아내는 순박하고 수줍음을 잘 타는 시골여인으로 남편을 따라 간도에 가서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인물이다. 심지어 임신을 한 몸으로 남편의 어려운 사정을 생각해 혼자 귤이 먹고 싶다는 말 대신, 귤껍질을 주어 먹는다. 보통의 여자라면 당연히 불평을 했을 법하지만 박군의 아내는 그러지 않는다. 하지만 박군은 그런 아내를 저버리고 가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가정을 탈출하여 어떤 집단에 가입하고 만다. 박군의 아내는 어려운 생활에도 남편에게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충실하게 살아왔는데도 박군이 굳이 가정을 버리기까지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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