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루빈의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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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루빈의 술잔 분석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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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하성란의 <루빈의 술잔>은 마치 현미경으로 잔뜩 확대된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과 같은 소설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삶에 대한 집요하고 치밀한 관찰을 함으로써 인생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치밀한 묘사와 관찰은 있지만 서술자가 직접적․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인물들의 내면을 풀어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한 발자국 비껴서 바라보면서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책의 앵글 안으로 찍어내고 있다.
<루빈의 소설>은 다성적 시점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소설 안에서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한 명은 백화점 붕괴 후 남편이 실종되고 인간다움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여자이다. 7년째가 되는 통조림을 따 먹으며 전기도 끊기고 수도도 끊긴 집에서 겨우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은 삶의 경계성에 놓인 상실의 인간, 그대로의 모습이다. 이런 소설의 시점은 또 하나의 그녀에게로 옮겨 간다. 또 하나의 그녀는 어릴 적 한 달간의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절름발이 인생을 살게 된, 역시 상실의 인간이다. 이런 두 인물의 시점은 주민번호가 같게 입력 된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교차되고 있다. 첫 번째 그녀는 자신과 주민번호가 같은 또 다른 그녀를 찾아가 자신의 잃어버린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심부름 센터를 통해 알아 낸 또 다른 그녀의 주소로 찾아가 비밀번호를 알아내 집으로 침입하고 그 곳에서야 비로소 인간다움을 되찾는 그녀와 그런 그녀가 남기고 간 뜨개질의 꽃잎모양 모티브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모티브를 창조해 내는 여자의 모습을 작가는 무미건조하고 치밀한 초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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