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향수

소개글

제가 어렸을때 일들을 추억하면서 작성한 짧은 수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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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한 주를 마감하는 주말에 나는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학교다니면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벌초를 하러 밀양에 갔었는데 큰집의 사촌동생이 빌려온 책 때문에 저는 깊은 추억에 잠겼습니다. 이제 곧 사회진출은 앞둔 시점에서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랐던 때가 문득 그리워 졌습니다.
사촌동생이 빌린 책은 식물도감이었는데, 세밀화로 그린 식물들이 빼곡하더군요. 몇 장 넘기다 보니 책 속 식물들이 무척 낯익었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제가 어린 시절 그렇게 흔하게 봤던 잡초들이었던 거죠. 길가 가장자리나 밭에 무성히 나곤 했던, 그래서 뽑아버려야 할 잡초로 여태 알고 있던 그 풀들이 식물도감에는 ‘우리땅의 식물’로 세세히 소개돼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우산 모양을 만들어 놀았던 식물이 ‘바랭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는 것도, 작은 국화처럼 생긴 꽃이 ‘개망초’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뿐 아니었습니다. 쇠뜨기, 강아지풀, 쇠무릎, 질경이 등 기억 속의 모양새와 낯설고도 정다운 이름을 맞추 나가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더욱이 어떤 것은 약초로, 어떤 것은 독초로, 어떤 것은 식용으로 각기 다른 효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을 읽으면서 신기함에 앞서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아무도 유심히 봐 주지 않을 만큼 작고 볼품 없이 자생했던 그들이 모두 제 이름과 학명을 가진 식물이라니.. 어린 저에게 그들은 너무 흔해서 쳐다볼 필요도 없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사실 시골은 잡초와 들풀 천지였습니다. 30분씩 걸어서 오갔던 통학 길은 비포장이었고, 길 가장자리에는 계절 따라 제비꽃, 엉겅퀴, 국화와 이름 모를 풀꽃들이 쑥부쟁이와 엉켜 아무렇게나 휘어지고 늘어져 있었죠. 좁디좁은 논밭 샛길을 걷다보면 소리 없이 나타나곤 했던 뱀 때문에 놀라는 일도 잦았고요.
그래도 학교에 갔다 오면 가방을 던져두고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먹을 수 있는, 지금은 이름도 잊어버린 식물을 죄다 깨물어 삼키곤 했습니다. 산딸기 같은 것을 주로 먹었고, 과자 같은 것도 먹긴 했지만 산이나 들판에서 나는 것만큼 맛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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