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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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단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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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바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정말 바보들은 동네사람들이다. 황만근은 그저 다수에 의해 바보로 여겨진 것뿐이지 않은가. 동네사람들이 ‘소득향상’, ‘생활개선’ 이라는 문구들에 혹해 너도 나도 빚을 내어가며 농기계를 사들일 때 그는 농가의 부채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폐해를 미리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위해 보증을 서지 않아서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는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농사를 짓고 살겠다는 말을 했다. 그는 이미 농사꾼이 빚을 내어 무리하게 기계를 사들이고 하면 파산 지경이 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이런 인물을 바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너무 화가 났던 것. 어째서 단 한 푼도 빚지지 않은 황만근이 동네 사람들 아무도 참가하지 않은 궐기대회에 내몰리고 결국 그렇게 슬픈 마지막을 장식한 것인지.
나는 사실 이런 내용(진실하고 선한 인물이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되는)의 소설을 무척 싫어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비뚤어져 있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그의 태도는 꽤나 불편했다. 읽기에 불편했다는 말이다. 물론 힘든 일에도 앞장서는 그의 행동이 짜증나고 싫었던 것은 아니다. 동네 사람들. 이기적이고 생각 없는 동네 사람들은 이 글을 읽는 사람을 화나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실 동네에서 좀 빠지는 인물 한명이 주인공이 되고 그들이 살아간 결코 순탄하지 못했던 행적에 관한 작품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이 해학적이고 재밌지만 슬픈 감상에 젖게 한다. 이 소설도 그랬다. 특히 누구에게도 (심지어 곱디 고운 어머니와 애지중지 기른 아들에게 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그는 정말 처량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행이었던 것은 황만근 자신은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 성석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