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노근리, 그 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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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그 해 여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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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그 해 여름. 책을 구입하러 교보 문고에 갔다. 검색해 보니 아동 도서였다. 교수님으로부터 아동 문학이라는 말씀을 듣기는 했지만 그게 사실일 줄이야. 아동 도서가 담아봤자 얼마나 심오하고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은 무시하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점점 나의 생각이 틀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길지 않은 분량이었고, 아이들이 읽기에 좋게 쓰여 졌기 때문에 성인 도서처럼 어려운 내용은 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사실은 예전에 어디에선가 노근리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그냥 거의 흘려듣는 말로 그러려니 하고 말았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된(물론 사건의 자세한 경위도 경험을 제외한 다른 어떤 내용도 나오진 않았지만) 그날의 끔찍한 사건은 나를 경악케 했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내몰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전쟁의 악함을 느끼게 되었다.

1950년 7월 은실이가 사는 마을에 미군이 들이닥쳐 마을 사람들을 억지로 피난가게 했다. 원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야 했던 임계리, 주곡리 주민들. 그들은 미군이 자신들을 지켜주고, 남쪽 도시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람은 절대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민들은 미군의 총부리에 떠밀려 피난을 갔고, 도중에 미군의 지휘에 순응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총살했으며, 결국은 모두가 노근리에 있는 쌍굴로 나눠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끔찍한 비극이 시작되었다. 사흘 밤낮으로 울려대는 총소리. 쌓여가는 시체들. 그곳에서 은실이는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를 만났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장손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할머니의 성화에 혼자 도망을 갔고, 어머니는 은실이를 지키려다 미군 총에 맞아 결국 죽고 말았다. 하지만 은실이는 팔에 총을 맞아 상처 입은 할머니와 함께 시체들 속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사흘을 견뎌 내고 살아남았다. 몇백 명이 굴 속에 들어갔는데 살아남은 사람은 스물다섯 명 정도였다고 한다. 살아남았지만 진짜 산 것이 아닌 은실이. 어린 나이에 그런 큰 충격을 당해서 은실이는 벙어리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와 다른 가족들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엄마와 동생 인국이가 죽은 것은 사실이었고, 언니 금실이가 돌아오지만 충격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다행히 아버지도 돌아왔고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살아야만 했다. 인민군이 오고, 다시 국군이 왔지만 은실이네에게는 아무런 행복도 있을 수가 없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죽은 자들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여름 노근리 쌍굴 속에서의 일을 잊지 못했다. 금실 언니는 엄마의 첫 번째 제삿날 노근리 굴로 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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