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박민규의 `갑을(甲乙)고시원 체류기`

소개글

소설에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교훈을 주는 위대한 작품이라 한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쓸모없는 종이에 불과할 것이다. 또 역으로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이라면,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었으나 아무런 교훈이나 감동이 없으므로 이것은 시간 낭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하면 다 잡을 수 있을까? 나는 박민규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이야 말로 바로 감동과 재미를 잡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내 경험에 의하면 도서관이나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읽을 책이 못 된다. 그 이유인즉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으로 남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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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는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교훈을 주는 위대한 작품이라 한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쓸모없는 종이에 불과할 것이다. 또 역으로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이라면,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었으나 아무런 교훈이나 감동이 없으므로 이것은 시간 낭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하면 다 잡을 수 있을까? 나는 박민규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 소설이야 말로 바로 감동과 재미를 잡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내 경험에 의하면 도서관이나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읽을 책이 못 된다. 그 이유인즉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으로 남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언제가 아주 언제인가 한번쯤 누구나 상상해 본 이야기이다. 그래서 공감가고 나도 모르게 웃을 수 있다. 독특한 내용만이 웃음 짓게 하는 것은 아니다. 숨쉬듯이 읽혀지는 문장과 여백 두기로 읽기가 쉽게 쓰여 있고, 눈으로 보기도 편하다. 이런 점들이 박민규의 소설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계속 읽게 하는 요소이다. 그리고 다른 소설과는 다른 점이다. 쉬운 이야기를 굳이 어렵게 쓰고 빙빙 돌려 말하는 소설은 따분하고 지겹다. 박민규 소설은 쉽게 읽히고 신선하고 독특하다. 그러나 무겁고 우울하며 어둡다. 이 물과 기름 같은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를 적당히 조절 하여서 섞는다. 어디든 적당하기가 문제다. 그러나 그것을 조절하는 것은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그러나 이 상반되는 두요소가 섞였음에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웃음을 주면서도 무겁고 깊은 것 그러면서 평소 생각하거나 느끼지 못한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회상하고 있는 고시원에서의 생활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업의 부도. 게다가 그 사기성 부도를 친 주인공은 아버지의 친동생이었다. 집은 사라지고 가족들은 흩어졌다. 주인공도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월 9만원짜리 고시원에 오게 되었다. 이런 극한 상황을 아주 담담하게 표현하고 최악의 고시원 생활 속에서 재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주인공의 절박함을 느껴진다. 상황은 슬프고 외롭고 무거운 느낌인데 그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읽으면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더욱 그 고시원에서의 최악의 상황이 더 열악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 소설의 주된 공간인 고시원의 이름은 갑을고시원이다. 주인공은 “그 특이한 이름의 고시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갑을의 뜻은 흔히 갑남을녀에서 쓰이는 것처럼 보통사람들로 쓰인다. 독특하거나 특별할 것 없는 보통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갑을고시원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집약 시켜놓은 하나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는 고시원의 모습 속에서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1cm의 베니어판과 같은 벽을 두고 살아가는 철저히 개인적으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 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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