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중국인 거리

소개글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를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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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감각적인 문체를 통해 품어져 나오는 생생하면서도 매혹적인 글쓰기에 푹 빠져 있던 시간이었다. 이전까지 접했던 다른 작품들과 많이 다른 느낌이었고, 역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소설을 읽는 동안 해인초 냄새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노란 색의 암울한 이미지, 매캐한 석탄 가루 속에서 느껴지는 뿌연 몽롱함 속에서 나도 모를 불안함이 내 몸을 휘감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해인초 냄새’는 과연 어떤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해인초는 시골에서 회충약으로 쓰였으며, 도시에서는 전쟁 때문에 폐허가 된 건물을 철거할 때 쓰인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회충약으로 해인초를 먹은 뒤 그 상태가 서술되는 부분이 있는데,

싫어 싫어 도리질을 해대며 간신히 한 사발을 마시고 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천지가 노오래지는 경험과 함께 춘곤과도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나른한 혼미 속에 빠져 할머니에게 지금이 아침인가 저녁인가를 때 없이 묻곤 했다.

해인초와 함께 천지가 노래지며 나른한 혼미 속으로 빠져드는 이 상태는 바로 현실도 그러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으며, 소설 속에서 사람들의 대화가 큰 따옴표나 줄 바꿈 없이 그냥 서술되고 있는 것도 어쩌면 그들의 대화가 작가의 서술과 혼동되는, 즉 경계가 없는 모호한 상태, 몽롱하고 환멸적인 암울한 현실을 나타내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작가는 시각과 후각의 이미지를 통해 소설을 하나로 엮으며, 텍스트의 변화(따옴표 없는 대화 처리)를 통해서도 그것이 이미지와 한데 어우러져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하는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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