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국화와 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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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는 동생 한 녀석이 학교로 밥 사달라고 놀러 온 적이 있다. 나는 그날 막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사서 팔에 끼고 있었는데 무식하게도 그 녀석은 “형 대학까지 가서는 무협소설이나 읽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국화와 칼 이라는 책의 제목과 기모노를 입고 칼을 찬 사무라이가 국화를 들고 있는 표지는 충분히 그런 유추를 유발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고등학교 때 지루해서 3분의 1쯤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을 대학에 들어와서 수업시간에 다시 읽게 되니 상당히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는 흔히 일본을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표현한다. 예전에는 이 말의 의미를 일본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감정적 혹은 정서적으로는 일본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어 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국화와 칼’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멀고도 가까운 나라’ 라는 말을 ‘가깝고도 먼 나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으로서 불교와 유교 문화권이었으며 고대시대부터 중국과 더불어 많은 교류가 있어왔기 때문에 기저에 깔려있는 사상이 상당히 비슷하지만, 또 사뭇 다른 부분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국화와 칼 이라는 두 소재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꽃과 살인도구라는 극단적인 부조화는 일본인의 이중성을 비유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의 이러한 이중성을 서술하고 그러한 이중성의 발생원인을 심층적으로 파헤친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가 전시라는 특수한 상황적 이유 때문에 현지 조사를 하지 못한 채 미국 본토에서 집필했다는 점이다. 서양인이라는 선천적 장벽과 현지조사가 불가능 하다는 후천적 장벽, 이러한 이중의 장애물을 생각하면 이 책은 상당히 놀라운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모든 국민들은 저마다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나라도 그것을 새삼스럽게 문제 삼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안경과 관련된 것들에 비유하여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안경을 쓰고 있으며,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그 처방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 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사회 과학자라는 직업을 안과 의사와 등치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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